‘강남 하우스푸어’ 40대 가장, 아내-두 딸 살해

박성진 기자, 정윤철기자 입력 2015-01-07 03:00수정 2015-01-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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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도주 7시간만에 문경서 체포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강모 씨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강씨는 도주한 지 7시간 만인 이날 낮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생활고에 시달린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7시간 만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에 값비싼 아파트를 소유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가 주식 투자금까지 날린 뒤 끔찍한 살해극을 벌였다.

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모 씨(48)는 이날 오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거주지인 서초구 A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아내 이모 씨(44)와 큰딸(14), 막내딸(8)의 목을 차례로 졸라 숨지게 했다. 강 씨는 범행 직전 세 모녀가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공책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딸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3년 전 컴퓨터 관련 회사를 그만둔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살았다. 수입이 없어진 강 씨는 2012년 말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약 145m²·매매가 11억 원)를 담보로 은행에서 5억 원을 대출받았다. 강 씨는 아내에게 매달 400만 원씩 총 1억 원을 생활비로 지급했다. 2억7000만 원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탕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에게 남은 돈은 1억3000만 원 정도였다”며 “재취업이 힘들고 남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가족을 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는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매일 아침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했다. 아내는 실직 사실을 알았지만 두 딸은 전혀 몰랐다. 처음 실직 후 2년간은 선후배 회사 사무실 전전했으나 그 후로는 남부터미널 근처의 고시원을 찾았다. 강 씨는 “고시원에서 주식을 하거나 책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날 세 모녀를 살해한 직후인 오전 5시경 강 씨는 자신의 차량을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충북 청주에 도착한 뒤 119안전센터에 전화해 “아내와 딸을 죽였다. 아파트에 가면 시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고 후 그는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도주했다가 낮 12시 10분경 문경시 농암면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는 자살을 하기 위해 목적지도 없이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자신이 어디에서 검거됐는지를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체포 당시 강 씨의 손목에서 자해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하우스푸어#40대 가장 세모녀 살해#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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