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까지… 왕따의 ‘그늘’

이은택 기자 입력 2015-01-06 03:00수정 2015-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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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공연기획자 워킹맘 김모 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주말 축구교실에 보내고 있다.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함께 다니지만 비용은 김 씨가 다 낸다. 대신 김 씨의 아들은 주중에 그 친구들과 학원에 다니고 친구 집에서 방학숙제도 한다.

김 씨는 “방학 중에 아이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으려면 전업주부 엄마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많아지면서 워킹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수록 ‘엄마들끼리 친구=아이들끼리 친구’인 현상이 심해지면서 방학을 맞은 워킹맘들은 김 씨와 같은 고육책까지 쓰고 있다.

방학 중 이런 현상은 사교육의 종류가 복잡해지고,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보다는 키즈카페나 체험학습장 같은 곳을 많이 찾으며, 단체 카카오톡을 통해 학부모 간의 핫라인이 활성화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냈다. 전업주부의 경우 자녀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반면 워킹맘은 아이가 소외될 상황이 점점 많아져 더욱 불안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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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이런 현상이 딸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 더 심하다고 지적한다. 인천 D초등학교의 교장은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른바 ‘절친 그룹’을 만들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따돌림을 당한다 싶으면 부모들에게 해결해달라고 매달린다”면서 “이 때문에 엄마들이 자녀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아이의 집으로 과일상자 같은 선물을 보내는 일도 벌어져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킹맘끼리 공동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아이 돌보미가 있는 집에 비용을 주고 아이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 교직원인 유모 씨는 “2학년 아들의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서 직장엄마들끼리 방학 대비를 했다”면서 “세 명이 돈을 모아 오전에는 유아교육과 여대생을 하루 3시간씩 부르고 오후에는 태권도장에 함께 다니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부모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친구를 초대하는 방법, 기존의 또래 무리에 합류하는 방법 등은 부모가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은 “시간 여유가 없는 워킹맘들이 돈으로 자녀의 인간관계를 해결하려다가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다”며 “자녀가 먼저 한두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자연스레 도와주고 이를 차츰 넓혀 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워킹맘#초등학교 왕따#교우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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