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SK텔레콤이 내놓은 디지털 편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백년의 편지’가 뒤늦게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백년의 편지는 타임캡슐 편지 서비스로 원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음성파일, 동영상, 사진 등을 최장 30년 후까지 미리 정한 날짜에 전송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다.
백년의 편지가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앱은 지난해 6월 개인 개발자 전모 씨(32)가 애플 스토어에 출시한 ‘일년편지’다. 이 앱은 유료(1.99달러)지만 세계적으로 분 ‘아날로그 열풍’을 타고 올 10월까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25만8000명이 다운로드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특히 중국시장에선 출시 직후 2개월 간 다운로드 순위 10위권에 꾸준히 들 정도였다.
2009년부터 다수의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온 전 씨와 남편 구모 씨(32)는 “전국 각지에 있는 ‘느린 우체통’을 보고 온라인 판 느린 우체통인 일년편지를 고안했다”고 17일 말했다. 2012년 말 앱 개발에 착수한 전 씨 부부는 개발 8개월 만에 이 앱을 출시했다. SKT의 백 년의 편지보다 1년 3개월 정도 출시 시점이 앞서는 셈이다.
실제로 본보 취재진 확인 결과 SKT 100년의 편지와 일년편지는 유사점이 상당했다. 우선 두 앱 모두 미리 정한 날짜에 맞춰 편지를 발송(일년편지는 최장 1년 보관)하고, ‘~편지’라는 식의 앱 이름이 비슷하다. 구 씨는 또 △사진, 동영상, 음성 등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송수신 방식 △‘느림의 미학’ ‘소중한 마음’ 등을 강조하는 홍보문구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부는 SKT의 해명을 요구하며 11월 말 SKT 트위터 계정에 호소문까지 게재한 상태다.
이에 대해 SKT 측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표절’은 결코 아니다”다고 밝혔다. 백년의 편지 개발을 이끈 강욱 SKT 고객중심경영팀 매니저는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기획 보고서에 ‘일년편지’ 관련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2012년 여수엑스포에서 SKT가 선보인 타임캡슐 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시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 씨 부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스타트 업 개발자를 향한 SKT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며 호소문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SKT가 아이디어를 뺏은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아이디어가 겹치는 바람에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며 “전 씨 부부가 SKT가 스타트 업 개발자를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에 참가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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