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NMC)’이 50여 년을 이어온 ‘을지로’ 시대를 마감하고 ‘원지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최근 2018년까지 의료원을 강남구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이전 논의가 있은 지 11년 만이다. 현재 의료원이 있는 중구 을지로 부지에는 서울의료원 분원이 새로 들어선다. ○ 600병상의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지난해 의료원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1387명. 이 중 저소득 의료급여 환자·노숙인·홀몸노인·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은 941명에 이른다.
이번 원지동 이전 합의로 의료원은 이름에 걸맞게 국가의료사업의 컨트롤타워로 변신한다. 4년 동안 무려 44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다. 부지 매입비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9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7만 m²의 땅에는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 중앙중증외상센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인플루엔자 같은 대규모 감염병을 치료하는 중앙감염병질환센터 △국제의료센터 △고도격리병상이 들어선다. 글로벌센터를 세워 해외 재난 파견 인력도 양성할 예정이다. 입원병실도 600병상으로 늘리고 낙후된 시설·장비도 대폭 교체된다.
그동안 의료원은 응급·외상·감염병 관리 등 국가 중앙공공의료병원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초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은 지 50년 넘어 시설은 낡고 공간은 협소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외면했지만 리모델링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응급 헬기 이착륙의 어려움이 따랐고 도심 교통체증으로 접근성도 떨어졌다.
의료원 이전이 처음 논의된 건 2003년. 서울시가 2001년 서초구 원지동을 화장장 건립 부지로 결정하면서 2003년 보상 차원에서 의료원을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지 매입비용을 놓고 서울시는 1268억 원, 복지부는 693억 원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인근 주민들은 공공의료 서비스와 거점의료기관 부재, 강남과 강북권역의 의료 서비스 불균형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해 왔다.
○ 을지로 부지에는 서울의료원 분원
의료원이 떠난 자리(2370m²)에는 장례식장과 200병상 규모의 서울의료원 분원이 생긴다. 강북지역의 공공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운영은 서울시가 맡지만 초기에 들어가는 시설투자비와 장비비,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의료인력 등의 예산은 모두 복지부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8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의 지원으로 의료원 안에 지어진 스칸디나비아 양식의 의사 숙소도 서울시의 요구대로 보존할 방침이다. 이 건물은 의료원 이전으로 철거와 이전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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