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설해대책에 도로 곳곳 체증… 창원-진주 등 초등교 등교시간 늦춰
부산외곽도로 제설작업도 ‘설설’… “눈 경험 적어 시민 대응능력 떨어져”
8일 중부경남지역에 눈이 내리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창원시 성산구 불곡사사거리에서 대방사거리에 이르는 창이대로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경남신문 제공
3cm 안팎의 눈에 ‘올스톱’이었다. 월요일인 8일 오전 부산 울산 경남은 적은 눈에 보기 좋게 당했다. 허술한 설해(雪害) 대책으로 도로가 막히면서 경남도를 비롯한 공공기관, 기업체에서는 지각 사태가 빚어졌다. 각급 학교도 등교 지연과 휴업이 속출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8일 월례 실국원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크게 화를 냈다. 눈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며 안전건설국장을 질책한 데 이어 농정국장 복지보건국장 환경산림국장 여성가족정책관 등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간부들에 대해서도 혀를 찼다. 이날 김해 장유와 진해 등지에 살고 있는 간부들을 포함해 상당수 직원이 지각했다. 홍 지사는 “사건 사고가 많은 연말에 간부들의 복무 실태가 이렇다면 ‘풀렸다’는 소리”라며 행정국장에게 복무점검을 지시했다. 실제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 창원 김해시내에서 눈을 치우거나 교통을 정리하는 인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경남도와 창원시 김해시 등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국토관리청과 경찰 등의 공조체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창원시 내서읍에서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는 강모 씨(45)는 “평소 30∼40분이면 충분하지만 도로 곳곳이 밀리면서 오전 6시 40분 집을 나섰으나 3시간 만인 9시 반경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마산합포구청에서 도청까지도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창원터널을 거쳐야 하는 김해 장유와 안민터널을 통과하는 창원 진해구에서 창원시내로 출근하는 노동자와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에도 출근시간 정체가 생기는 장유∼창원터널∼창원시내 구간은 이날 4시간가량이 걸렸다. 10일 전 경남도도로사업소, 창원시 김해시, 김해서부경찰서, 김해소방서 등이 폭설대응 교통소통종합훈련을 했으나 허사였다. 안민터널은 낮 12시 이후까지 통과가 쉽지 않았다.
창원지역 초등학교 90곳이 등교시간을 늦추거나 임시휴업을 했고 진주 23곳, 김해 39곳, 양산 33곳도 등교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업하는 등 초등학교 330곳에서 정상 수업을 하지 못했다.
4.2cm의 눈이 내린 울산 도심도 마비 상태였다. 울산시는 오전 7시 20분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거주지 읍면동에서 제설작업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당수 이면도로는 물론이고 간선도로도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 중구 다운동 김모 씨(52·여)는 “아파트에서 다운사거리까지 500여 m를 가는 데 30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평소 15분이 걸리던 무거동 울산과학대에서 울산시청까지는 1시간 40분이 걸렸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날 초중고교의 등교시간을 늦췄다.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6시를 전후해 동부산과 서부산 일부 지역에 2cm 안팎의 눈이 내리면서 출근대란이 빚어졌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행정이나 경찰 등도 손을 놓은 것이 원인이었다. 도심으로 연결되는 동서고가도로, 백양터널, 만덕터널 등에서 출근전쟁이 빚어졌지만 경찰이나 행정공무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정구에서 부산시청으로 향하는 간선도로와 소방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경부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 등 시 외곽 도로에서도 사고가 잇따랐다. 교통전문가들은 “남부지역은 눈 내리는 빈도가 낮아 주민들의 준비와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공공기관도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지 못해 혼선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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