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은 셀프’ 복지부 홍보 포스터에 비난 쇄도…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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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피임 홍보 포스터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피임은 셀프입니다"라는 문구가 적인 포스터에 등장하는 남녀 사진이 문제가 됐다.

포스터 속 남녀는 쇼핑을 막 끝내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상황으로 묘사됐다. 그런데 여성은 자기 물건을 모두 남자에게 맡겨 빈손이다. 반면 남자는 양손에 각각 쇼핑백 3개씩을 들고 있다. 게다가 남자는 분홍색 여성용 백도 어깨에 메고 있다. 고개를 살짝 돌려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여자와 달리 시선이 바닥을 향한 남자의 뒷모습은 뭔가 위축된 느낌이다.

이 포스터는 며칠 전부터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널리 퍼졌다.

남성 네티즌들은 "남자는 짐꾼", "남자가 '가방셔틀'이냐" "남자를 종으로 부리는 게 당연하다는 식", "남자는 원래 여자 물건 다 들어주는 존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 수준"이라며 정부기관이 '남자의 노예화'를 공식화 한 것 같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개 부정적이다. 여성의 이미지를 의존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그렸다는 불평이다.

부적절한 사진 탓에 '피임은 남자 혹은 여자만의 의무가 아닙니다. 함께 신경 써야 할 소중한 약속입니다'라는 구구절절 옳은 얘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복지부 담당자는 8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복지부 인구정책실 관계자는 "지난 11월쯤 제작해 대학가에 배포한 포스터"라며 "남자 편 여자편이 따로 있다. 논란이 된 것은 여자편인데 2개가 나란히 붙어있었다면 오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임은 남자나 여자 한쪽이 하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 하는 거라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피임은 SELF' 캠페인 3년 차에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획이었고 내부 심사에선 별다른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판을 받아들여 포스터 사진과 문구 일부를 수정한 다음 이르면 다음 주에 재배포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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