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얼병원 용지 5월에 매물로… 아니라던 복지부 ‘거짓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中자본 ‘제주 투자개방형 병원 사실상 포기’ 현지 부동산서 재차 확인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인 중국 산얼병원이 제주도 병원 용지의 매각을 추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8월 30일 ‘정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내달 승인” 발표 때 ‘中 산얼병원, 이미 사업 접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산얼병원이 사실상 한국 사업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산얼병원은 제주의 숙박업용 토지는 매각을 추진했지만 서귀포시 호근동의 병원 용지는 매각을 추진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본보 추가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 한국법인은 공시지가 22억 원 상당의 병원 용지를 이미 5월에 52억∼55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고 7월엔 매물 가격을 약 44억 원으로 낮추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산얼병원이 용지 매각을 추진한 정황은 온라인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도의 우성공인중개사 사이트에는 5월 14일 매물이 52억5000만 원에 올라왔다. 또 온라인 블로그 제주도부동산포털에는 7월 8일 해당 용지를 44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7월 게시물을 올린 A 씨는 “남영택 산얼병원 한국법인 부사장이 직접 매물을 내놨고, 호근동에 44억 원 상당의 땅은 이것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엔 산얼병원의 용지가 ‘올레7길 근처의 바다가 보이는 토지’로 소개돼 있다. 동아일보가 다음맵을 이용해 병원 용지(호근동 1551)의 스카이뷰(위성사진)를 검색해 보니 게시물 속 용지 사진과 일치했다.

게시물에는 병원 용지의 정확한 지번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게시물 작성자는 “지번까지 명시할 경우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땅 주인과 바로 거래할 수 있고, 매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산얼병원이 비밀리에 땅을 매각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주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산얼병원이 중국 모법인의 자금 사정으로 제주도 땅을 시가보다 높게 팔고 한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들은 본보 보도 이후 병원 용지 매각 관련 게시물을 대부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의 용지 매각 추진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정부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제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무리하게 재추진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8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산얼병원 9월 중 승인 여부 결정’ 안건을 올리면서 병원 용지 매각 추진과 같은 병원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산얼병원의 모기업 회장의 구속, 대주주의 파산 병원 용지 매각 등에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도 부실한 해명을 내놨다.

한 의료관광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와 산얼병원이 파문을 축소하기 위해서 병원 용지를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말을 맞췄거나, 산얼병원의 거짓말을 정부가 검증 없이 그대로 믿은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도 산얼병원의 승인을 불허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산얼병원이 사실상 국내 투자개방형 1호 병원으로서 병원을 운영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산얼병원#보건복지부#투자개방형 병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