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진보교육감-학부모 갈등 자사고, 양측 주장과 진실… 자사고 25곳 일반 전환땐 975억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 2014년 서울대 신입생 510명 최다
“일반고 실력저하 원인 모는건 무리”… 자사고는 귀족학교?
정부 지원없이 등록금만으로 운영… 학생 1명당 年 최대 1000만원 들어

자사고 학부모들 “일반고 황폐화 주장은 억지” 30일 오후 서울 자사고 학부모 대표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자사고 축소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 교육감의 악수도 거부하고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말했다. 반면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는 선거 공약”이라며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고 말해 
자사고 폐지 정책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회성 기자 lhs@donga.com
자사고 학부모들 “일반고 황폐화 주장은 억지” 30일 오후 서울 자사고 학부모 대표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자사고 축소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 교육감의 악수도 거부하고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말했다. 반면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는 선거 공약”이라며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고 말해 자사고 폐지 정책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회성 기자 lhs@donga.com
6·4지방선거로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구체화하면서 자사고 학부모 및 교장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산동산고의 재지정을 취소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광주 송원고에 대해 신입생 선발 시 성적 제한을 없앤다는 조건으로 재지정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박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은 반대성명을 내고 교육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는 자사고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교육부 공시자료와 기타 통계들을 토대로 알아봤다.

○ 자사고,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


진보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들고 나온 가장 큰 명분은 ‘공교육 살리기’다.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자사고에 몰리면서 일반고의 수업 분위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성적 우수 학생의 자사고 쏠림 현상은 올해 서울대가 발표한 고교별 신입생 합격자 현황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 10곳 중 4곳이 전국 단위 자사고다. 그 다음이 과학영재학교(3곳), 나머지는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가 차지했다. 합격자가 많은 상위 100개 고교 중에서 자사고는 총 24곳이었다. 합격자 수별로 보면 자사고가 총 510명의 합격자를 배출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일반고 439명, 과학고·과학영재학교 435명, 외고·국제고 373명이었다. 서울대에 따르면 매년 일반고 출신 합격생은 감소 추세다.

일반고의 쇠퇴가 자사고 때문인지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 황폐화는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것이지 단순히 자사고 등장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의 등장으로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고교 서열이 완성됐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교육 불평등이 극심한 미국식 교육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 자사고는 귀족학교?

자사고는 교과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신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등록금을 일반고보다 약 3배까지 더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전원 기숙사 생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숙사비나 특별활동비 등 등록금 외 비용도 만만찮다.

교육부 4월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자사고인 서울 중앙고는 정부지원금이 0원이지만 학부모에게 거둬들이는 수입이 총 76억1770만 원이다. 역시 자사고인 서울 배재고도 정부지원금이 없지만 학부모로부터 얻는 수입이 95억5930만 원이다. 반면 일반 사립고인 서울 명덕고는 정부지원금이 4억6000만 원, 학부모가 내는 돈이 4억3000만 원이다. 숭실고는 정부지원금이 3억6000만 원, 학부모 납입금이 4억3900만 원이다.

학생 1인당으로 계산하면 일반고는 1년에 약 150만∼160만 원이 들지만, 자사고는 적게는 6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이 든다.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로 서민들이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 일반고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며 ‘자사고 폐지’를 내걸었지만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학생 수나 학교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학교당 매년 3억∼5억 원씩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서울의 자사고는 25곳으로 대략 75억∼125억 원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 시교육청이 제안한 ‘자진 전환 지원금’이 학교당 5년간 최대 14억 원이 지원된다. 이는 원래 지원되는 정부지원금 외에 자진 전환의 혜택 성격으로 주는 ‘플러스알파’다.

서울의 자사고 25곳이 모두 일반고로 자진 전환할 경우 5년간 최대 97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사고 25곳을 해체하는 데 수백억 원을 쏟기보다는 차라리 그 돈을 일반고와 혁신학교에 지원하고 자사고처럼 교과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자사고#진보교육감#귀족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