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기업가 정신 기르고 현장서 실습시켜 청년기업가 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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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훈 청년기업가센터장에게 듣는다]
창업 희망 동종업체서 경험 쌓는 ‘엔턴십’ 강점…
지역 연계 ‘캡스톤’ 과정도 취업-창업 역량 높여줘

[전병훈 청년기업가센터장
[전병훈 청년기업가센터장
“엔턴십(Enternship)의 역할은 실패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엔턴십 과정에서의 실패 경험은 창업이든 취업이든 학생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국대는 기존의 창업지원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엔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엔턴십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전병훈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장(전자전기공학부 교수)은 엔턴십의 역할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실패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턴십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인턴십(Internship)을 합친 말. 창업을 원하는 학생이 창업 아이템과 관련된 회사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도록 하는 제도다. 올 2월 문을 연 동국대 청년기업가센터가 내세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회사에서 주는 일을 그대로 배우는 게 인턴십이라면, 엔턴십은 학생 본인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관련 기술과 기업가 정신을 배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 센터장은 “창업은 아이디어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창업에 도전한 사람들 중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엔턴십은 이러한 청년창업을 조금 앞당겨 대학 졸업 전에 경험을 해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는 “사회에 나가면 한 번의 실패가 큰 좌절감으로 돌아오지만 학교 안에선 실패를 해도 도와주고 고쳐줄 수 있다”며 “학생일 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창업과 취업 가운데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창업교육의 목적도 결국 취업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이 취업의 일부이며 창업교육에서 실패를 경험한 학생들도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창업의 성패보다 창업 과정에서 얻는 창의적·도전적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며 “창업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졸업 후 창업에 나서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교육 과정에서 배운 창의적 마인드를 무기로 다른 곳에 취업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전 센터장은 센터를 창업교육의 ‘컨트롤 타워’라고 표현했다. 동국대가 창업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교내 창업 관련 기구들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것이 청년기업가센터다. 그동안 동국대에선 여러 부서가 동시에 창업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동국대는 그동안 학생들의 창업교육에 힘써왔다. 2012년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에,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에 각각 선정됐다. 관련 부서를 통합해 신설된 청년기업가센터는 이들 프로그램을 관리해 창업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됐다.

센터에서는 ‘창업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캡스톤 디자인은 원래 공학계열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도입된 교과 과정이다. 이 과정을 창업 교과 과정에 가져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아이디어 제안부터 설계, 분석, 제작 단계까지 진행하도록 했다. 전 센터장은 “실제 창업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장애인용 자전거를 개발하고 사업화에 성공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창업 캡스톤 디자인 참여 학생들은 경기 성남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열심히 뛰고 있다. 센터가 100여 명의 동국대 학생들을 이끌고 성남상권(단대마트시장 주변)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마음의 벽을 쌓았던 상인들도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하나둘씩 마음을 열었다.

전 센터장이 시도한 것은 지역사회 연계형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캡스톤 디자인에 창업과 현장실습을 융합한 것이다.

전 센터장은 “이번 성남상권 프로그램은 기존의 공과대학 학생뿐만 아니라 예술, 인문대 학생까지 같이 팀을 이뤘다”며 “젊은 사람의 시각에서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바꿔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아이템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시각을 반영해 전통시장을 젊은이들이 찾는 시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시설 개선부터 홈페이지 문제점 진단, 전통시장 성공사례 분석까지 팀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남상권 바꾸기를 진행했다. 시장에서 직접 창업을 해보려고 고민하는 팀도 나타났다.

전 센터장은 “매주 수요일 저녁에 수업을 하고 토요일은 직접 현장을 찾아 일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서 “짧은 시간에 상인들과 친해져 학생들에게 장소도 내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등 마음을 열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학기 말에 상인들 앞에서 성과를 발표할 때는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사실 전 센터장은 수요일 저녁에 수업을 하고 토요일은 성남까지 와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열정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에 오히려 느낀 것이 많았다. 교과과목으로 진행되는 탓에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만들고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충분히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 센터장은 판단하고 있다. 연말에는 1년간의 성과를 담은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동국대는 이 같은 시도를 더욱 확대해 학생들의 창업과 취업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전통시장 및 도심상권 활성화를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전통시장 살리기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전 센터장은 “성남상권에서의 활동과 같은 사업모델을 확대하자는 것에 양측이 뜻을 같이했다. 동국대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것이 확산된다면 사회적으로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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