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의원 무한신뢰 했는데, 돌아온 건 ‘자살하라’ 뿐”…팽씨 입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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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교사 혐의 서울시의원 檢 송치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 사건’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사진)이 3일 오후 강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살인교사 혐의 서울시의원 檢 송치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 사건’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사진)이 3일 오후 강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 의원을 무한 신뢰했다…. '넌 걸릴 일 없을 거다'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자살해라' 뿐이었다."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 살인 용의자 팽모 씨(44) 측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팽 씨를 변호하는 강용섭 변호사는 15일 서울남부지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김 의원 측이 '팽 씨가 책임을 덜기 위해 무고한 자신을 끌어들인다'며 매도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팽 씨 측은 2012년 4월 경기 부천시 상동에서 김 의원이 "아는 사람이 달달 볶는다" "이 사람을 없애지 않으면 내 정치생명과 모든 게 끝난다. 없애주라"고 부탁했고 일단 "알았다"고 대답한 게 시작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김 의원이 숨진 피해자 송 씨의 일정과 폐쇄회로(CC)TV가 있는 길을 알려줬고 주로 자신이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는 날 범행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김 의원의 독촉은 지난 1월 김 의원이 "내가 직접 죽이겠다"며 팽 씨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피해자 건물 인근으로 부른 다음 만류하는 팽 씨에게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준 뒤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그간 사업실패와 생활비 명목으로 빌린 돈을 언급하며 "못하겠으면 빌린 돈 가져와라.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고 다그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팽 씨는 범행 이후 중국에서 "자수할까"라고 했지만 그 때마다 김 의원이 "자수하면 나도 죽는다. 차라리 혼자 죽어라. 가족은 내가 책임지겠다. 혼자 한 것처럼 알리바이를 만들어놓고 죽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팽 씨는 김 의원에게 '미안하다 친구야'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지인 이모 씨와의 통화해선 "녹취해달라"고 요청한 뒤 "내가 잘못했다. 가족에게 미안하고 김형식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현재 통화 녹취록은 검찰이 복구 중이다.

막상 팽 씨가 자살을 망설이자 김 의원은 "성형수술을 알아보고 위조 신분증을 만들 수 있는지도 알아봐라"고 했다고 한다. 또 "선거 끝나고 한 번 중국으로 건너가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5월 22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팽 씨는 구치소에서도 6·4 지방 선거 때 김 의원이 당선됐는지 여부를 지인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김 의원이 당선될 경우 자신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측은 현재 "국민참여재판을 하고 싶다"고 말한 상태. 팽 씨 변호인 측은 의견서를 통해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두렵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진술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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