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송씨 장부에 검사 - 경찰 - 시·구의원 - 구청공무원 이름 빼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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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적혀있는데 돈 받았다는 사람 없어
살인교사 수사 ‘로비사슬’로 번지나… 검찰 “현직검사엔 200만원 기록”
사정당국 “금액 훨씬 커”… 축소 의혹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의 피해자 송모 씨(67)가 매일 손글씨로 적은 ‘매일기록부’에 강서·양천경찰서 전현직 경찰관의 이름과 전현직 시·구의원을 포함한 지역 정치인, 구청 공무원들의 이름이 다수 적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부에 현직 검사의 이름이 있는 것 외에 경찰과 지역 정치인들 이름이 거론되면서 장부 속 리스트의 실체를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장부에 기재된 퇴직 경찰과 현직 경찰들 이름 옆에는 10만∼30만 원의 금액이 쓰여 있었으며, 용처는 적혀 있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금액이 적어 대가성은 없어 보이지만 내부 감찰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숨진 송 씨가 간혹 경찰들에게 밥을 사는 정도였지, (간부급이 아니기 때문에) 로비 명목으로 돈을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름이 적힌 당사자들은 송 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장부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A 경위는 “송 씨를 오가면서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은 “인사이동이 있고 나면 송 씨가 ‘밥 한번 먹자’고 연락이 온다. 그러나 평이 좋지 않아 얼굴만 보고 인사만 하는 정도였지 연락을 하며 지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장부에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진 한 지역 정치인 B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두세 달에 한 번씩 만난 적이 있어 장부에 이름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2004∼2005년에 송 씨가 두세 번 명절이라고 떡값을 들고 온 적은 있지만 모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원 C 씨는 “강서구에서 그 사람(송 씨)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지역 행사에서 만났을 뿐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고 현재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서 부부장검사로 재직 중인 D 검사의 이름도 장부에 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장부에 D 검사의 이름과 200만 원이 적혀 있다”고 밝혔고 D 검사는 “2005년 지인을 통해 송 씨를 만나 한두 번 식사했고 그 후 몇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돈거래를 하거나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해당 검사의 이름이 장부에 여러 차례 등장하고 금액도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3일 “살인 및 살인교사 사건 외에 구체적인 위법사항이 나오면 당연히 수사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송 씨가 살해당한 상황이어서 돈이 오갔는지, 대가성이 있는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살인교사#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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