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은 공대생 만나러 서울대 강연 왔는데… 초대받은 공대생 10명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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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만나러 왔다는 공대 출신 시진핑(習近平). 하지만 정작 서울대 강연에서 공대생은 찾을 수 없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일 서울대 특별강연은 교내에서도 ‘변두리’로 여겨지는 공학대학 글로벌교육공학센터(38동)에서 열려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 칭화(淸華)대 공정화학과 출신인 시 주석의 ‘공대생을 상대로 강연하고 싶다’는 뜻이 장소 선정에 반영됐다는 후문. 하지만 이날 강연장에 초대 받은 공대생이 실제로는 10명도 채 안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대 측의 강연 초청 대상 선발 과정을 놓고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6일 서울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인원은 외부인사, 중국인 유학생 등을 포함해 총 500여 명. 서울대생은 120여 명이었고 이 중 중국 관련 전공을 밟고 있는 석·박사생 2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명은 모두 서울대의 8주 중국 연수 프로그램인 ‘스누 인 베이징(SNU in Beijing)’에 선발된 학부생들로 구성돼 있었다.

문제는 올해 스누 인 베이징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부생 중 공대생은 소수였다는 것.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4 SNU in Beijing 합격자 및 대기자 명단’에 따르면 전체 합격자 100명 중 공대생은 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부분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영대 등 문과 출신이었다.

이날 강연에 초청된 김모 씨(19)는 “지난주 국제협력본부 측에서 스누 인 베이징 학생들을 학교에 모두 모아서 ‘이미 신원 조회를 끝냈으니 (강연장에) 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솔직히 갑작스러운 일방 통보라 무척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서울대 측의 행정편의주의식의 선발 과정을 두고 특히 공대생들을 중심으로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대생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시 주석의 강연을 두고 ‘공무원들과 정치권의 공대생들을 향한 오랜 푸대접의 한 모습’, ‘들러리조차 안 세워줄 정도로 공대생이 푸대접당했다’는 식의 의견 글이 100여 개나 올라올 정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당한 선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관계자는 “중국대사관이 시 주석의 강연 의사를 지난주 초에야 표명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학생 선발 절차를 모두 거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며 “평소 중국에 관심이 많은 스누 인 베이징 학생들 위주로 강연장을 채운 게 이처럼 파장이 커질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시진핑 서울대 강연#공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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