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50곳중 47곳… 다시 도진 ‘문 열고 에어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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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 서울 명동 중앙로 가보니
최근 더위 기승에 너도나도 펑펑… 냉기 밖으로 내보내 손님 유인도
문닫고 냉방때의 3.4배 전기 낭비… 지자체별 단속-상인 설득 병행키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신발가게가 문을 열어둔 채 냉방을 하고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해 소중한 에너지를 길거리에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올여름 들어 이곳 대부분의 상점이 다시 ‘문 열고 냉방’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신발가게가 문을 열어둔 채 냉방을 하고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해 소중한 에너지를 길거리에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올여름 들어 이곳 대부분의 상점이 다시 ‘문 열고 냉방’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안쪽이 시원해요. 들어와서 구경하세요.”

낮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오른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위가 느껴졌지만 이곳 대형 브랜드 옷 가게, 화장품 가게 입구를 지날 땐 서늘한 바람이 피부로 느껴졌다.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튼 탓이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길을 걷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들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최근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상점을 개방한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이른바 ‘문 열고 냉방’이 또다시 시작됐다.

이날 오후 1시경 명동역 4호선부터 우리은행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명동 중앙로를 직접 다녀 보니 ‘문 열고 냉방’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점포 50여 곳 중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문을 닫고 영업 중인 곳은 단 3곳뿐이었다. ‘자라’ ‘H&M’ 등 대형 의류매장들은 에어컨을 켠 채 커다란 출입문을 종일 열어 놓았다. 자동문이 설치된 화장품 가게들은 문을 연 상태로 고정시켜 놓고 판촉 활동에 열을 올렸다. 일부 가게는 냉기가 외부로 나가도록 입구 바로 위에 에어컨을 2, 3대씩 설치해 손님을 유인하기도 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더운 날씨에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마케팅이다. 단속도 없는데 굳이 출입문을 닫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닫을 때보다 ‘3.4배’의 전기가 낭비된다. ‘개문(開門) 냉방’ 단속이 진행되던 지난해 7월 말 대한화장품협회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결의문’에서 판매사업장의 문을 열고 냉방 영업을 하지 않도록 판매사업자에게 교육·홍보를 하고 에너지 절약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정기 점검 및 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도 채 안 돼 에너지 낭비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정부가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을 때에도 실효성은 없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여름 내내 단속을 벌여 과태료를 부과한 곳은 4곳에 그쳤다. 단속에 적발되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상점이 입구 쪽 에어컨을 잠시 끄는 등의 꼼수를 부리며 단속을 피했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옷 가게 주인은 “지난해에도 문에 비닐 커튼을 설치하는 식으로 ‘성의 표시’만 하거나 자동문 앞에 점원이 계속 서 있으면 과태료는 피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각 자치구와 함께 여름철 개문 냉방 단속을 계속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은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과태료 부과보다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관리공단 건물수송에너지실 김회철 팀장은 “가게 한 곳이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기 시작하면 다른 곳도 도미노처럼 문을 열게 된다. 소중한 에너지를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단속을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인 스스로 규칙을 지키며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명동#냉방#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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