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피해 귀국한 한국인 아내 대만인 남편이 납치-살해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비명 들은 장인 신고로 추적끝 검거

대만인 J 씨(34)와 한국인 A 씨(36·여) 부부는 지난해 8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대만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이 부부는 1996년 어학연수를 함께했던 필리핀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오다 결혼했지만 신혼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J 씨는 술만 마시면 상습적으로 부인을 때리고 막말을 퍼부었다. J 씨는 다른 한국인 여성과 이혼했던 경력을 숨겼다가 결혼 후에 들키기도 했다.

J 씨는 부인이 이혼을 결심하고 2월 초 한국으로 돌아와 연락을 끊자 복수심에 불타 ‘납치 살인극’을 준비했다. 지난달 22일 고향 후배 K 씨(32)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범행 장소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일대로 정하고 사전 답사를 했다.

J 씨와 K 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10분 석촌동 자택 앞에서 귀가하던 부인을 카렌스 승용차에 강제로 태운 뒤 손과 발을 빨랫줄로 묶고 입을 테이프로 막았다. J 씨는 소주를 병째 들이켜며 남한산성 일대로 차를 몰다가 K 씨를 중간에 내려주곤 미리 봐둔 광주시 중부면 야산 깊숙한 곳으로 갔다.

J 씨는 차 안에서 “왜 나와 헤어지려 하느냐”며 부인을 수차례 때리고 테이프로 얼굴을 감싸 질식시키려 했다. 부인은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 달라고 한 뒤 “나를 안아 달라.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애원했다. J 씨는 그제야 살해 시도를 멈추고 부인을 묶어둔 채 계속 술을 마셔 소주 1병 반을 비웠다. J 씨는 부인이 다음 날 오전 3시경 “어머니에게 전화 한 번만 하게 해 달라”고 애원하자 인근에 있던 공중전화 부스로 데려가 통화를 시켜주기도 했다.

사고 발생 직후 경찰의 추적이 시작됐다. 납치 당시 집에 있던 A 씨의 아버지가 밖에서 딸의 비명소리가 나는 걸 듣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범행 두 시간 만인 지난달 28일 0시경 서울 강동구 천호동 모텔에 머물고 있던 공범 K 씨를 체포한 데 이어 공중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날 오전 4시 15분경 J 씨를 찾아내 검거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J 씨와 K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폭력#대만인 남편#납치#살해시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