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S, 자연의 ‘푸른 손길’로 치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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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산림청 첫 ‘산림치유 프로그램’
연평도 포격이후 환청-악몽… 서해페리호 시신 인양후 불면증…

26일 오후 1시경 경기 양평군 단월면 산음자연휴양림. 해양경찰청 버스에서 30, 40대 해경 경찰관 28명이 내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국 16개 해양경찰서에서 경비함을 타고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거나 각종 해양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 작업에 나선 경험이 있다는 것. 이들은 단속이나 구조 과정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은 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을 앓고 있는 경찰관들이다.

해양경찰청은 PTSS를 겪고 있는 경찰관을 치유하기 위해 최근 산림청과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협약을 맺었고 이날 첫 번째 대상자들이 자연휴양림에 온 것이다.

해경은 과거 해상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로 인해 불면증과 악몽, 우울증, 슬픔, 의욕상실 등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찰관의 참가 신청을 받았다.

그 대신 동료들의 시선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참가 자체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28명 중에는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 사고에서 숨진 292명의 시신을 인양하는 데 투입됐다가 불면증으로 20년 넘게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경찰관이 지원했다. 또 대형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를 수습하는 데 투입돼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경찰관 6명도 포함됐다.

2010년 11월 연평도에 근무할 때 북한의 포격 도발을 경험한 뒤 악몽과 환청 등에 시달리다 2012년 5월 PTSS와 대인기피증 등을 진단받아 고통을 겪어온 임수현(가명·40) 경장도 신청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A 경사 등 중국 어선 나포 임무를 수행하다가 부상을 입은 경찰관 11명이 휴양림을 찾았다.

이들은 28일까지 휴양림에서 머물며 심리 및 명상 치료를 받는다. 이들은 첫날 스트레스 지수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심박동변이도(HRV) 검사’를 받았다. 이어 숲 속 오솔길을 걸으며 ‘오감으로 숲 느끼기’를 체험하고, 밤에는 숲에서 명상하며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랬다.

둘째 날에는 산림욕 체조로 일과를 시작해 스트레스 알아차리기와 낮잠 즐기기, 숲 에너지 재충전하기, 향기마사지, 자신에게 편지 쓰기에 참가한다. 마지막 날에는 HRV 검사를 다시 받는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동아일보 1월 6일자에 국내 MIU(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을 입은 공직자)가 PTSS에 시달린다는 탐사보도를 보고 그동안 해경도 이들의 관리에 소홀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며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측정해 다양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평=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PTSS#해양경찰#산림치유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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