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자살과 비자살적 자해는 최근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아시아 지역 청소년 중 30∼50%에서 자살 관련 행동이 나타난다. 한국은 30% 정도이고, 성별로는 여학생이 더 많다.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의 약 30%는 자살 시도를 반복한다. 한국은 자살 시도자의 80%가 첫 시도에서 사망한다. 이와 별도로 자살하려는 목적이 없는 자해가 청소년 20∼30%에게서 나타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살 시도 연령군이 점점 어려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국제학술대회(ASCAPAP 2026)에서 각국의 정신건강 전문가와 언론인, 국회의원 등이 한데 모여 청소년의 자살과 자해에 대해 논의하는 포럼이 열렸다.
모든 전문가가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다. 첫째, 통계는 빙산의 일각이며 현장에는 이보다 더 큰 절망이 있다. 많은 아이가 더 이상 살기 싫고, 이번 생에 희망이 없다는 자포자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둘째, 자해는 자살로 이어지는 관문이므로 당연히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무런 예고 없이 이뤄지는 자살의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셋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은 청소년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징후이며 자살 위험을 증폭시키는 매개다. 하지만 호주처럼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넷째, 국가는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단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자살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 가족의 해체와 고립, 지독한 경쟁과 혐오의 만연,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 등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이 상호 작용해 만든 결과다. 따라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답은 있을 수 없다. 풀기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부처 간의 벽을 낮춰 범정부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SNS를 통제할 수 없다면, SNS가 위기 청소년들이 도움을 청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 각 분야가 갖고 있는 작은 아이디어일지라도 통합된 플랫폼에 모아 검증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이번 포럼에 모인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아이들을 살게 하는 것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가치들이다. 잘 자고 건강하게 먹고 쉬는 것, 가족과의 연결, 그리고 사람 사이의 소통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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