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매체, 선거 여론조사 조작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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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바꿔 “급부상” 조사 않고도 “박빙”

지난해 1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충남 청양군수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이 지역 주간지 B사 대표 이모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25일 선관위에 따르면 이 씨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조사한 이석화 청양군수의 지지율을 낮추고 하위권 후보자 A 씨를 3위로 끌어올려 ‘A 씨 급부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또 이 군수에 대한 부정적 평가비율을 10%포인트 높이고 선거구별 지지율은 깎는 등 7가지 데이터를 임의로 수정·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선관위 조사에서 “여론조사가 지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수치를 고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와 관련한 각종 불법·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당내 경선전이 뜨거워지면서 특정 후보자와 결탁한 지역 매체들이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역 단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국적 관심도가 낮은 기초단체장 선거가 탈법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해 3월 적발된 여론조사 관련 불법행위는 모두 13건. 이 중 범죄 혐의가 짙은 4건은 고발됐고 사안이 경미한 9건은 경고를 받았다. 여기에는 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거나 다른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고의적으로 조작한 사례가 포함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과정에 지지자를 끌어들여 결과를 조작 또는 왜곡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대놓고 고치는 사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한 일간지는 지난달 말 1면에 ‘강길부-김기현-김두겸 지지율 박빙’이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기사를 실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여론조사 공표-보도할때 선관위 홈피 게재 의무화 ▼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 결과라고 보도했지만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기 때문이다.

경북 영덕의 한 주간지도 다른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율 상위그룹에 포함시켰다. 이 매체는 지지율 2위에 오른 후보를 아예 누락하는 한편,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은 채 연령대별 지지도를 단순 합산해 조사 결과를 왜곡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남 함평의 한 월간지는 ‘보통’이라고 한 답변을 ‘긍정’으로 분류하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삭제하는 방식으로 C 군수의 지지도를 부풀려 보도한 혐의로 고발됐다.

선관위는 이런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25일부터 여론조사기관이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공표·보도할 때 반드시 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했다. △조사 일시 △조사 대상 △표본크기 △응답률 등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해 향후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선관위 김영헌 언론팀장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여 국민의 올바른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지역매체#선거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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