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학 환경미화원들의 작지만 큰 장학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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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환경미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에 기부한 장학금 약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영남대 제공
영남대 환경미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학에 기부한 장학금 약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영남대 제공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이 주고 싶습니다.”

영남대에서 4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조화선 씨(65)는 “자랑할 일이 아닌데…”라며 겸손해했다. 조 씨는 19일 “일자리를 준 대학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고 싶어 동료들과 뜻을 모았다”며 “청소도 즐거운 마음으로 더 정성껏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대 환경미화원 60명은 최근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300만 원을 대학에 전달했다. 지난해 이맘때 월급에서 5000원씩 모아 장학금을 기탁하겠다는 약속을 2년째 지키고 있다.

50, 60대 환경미화원들은 공과대와 이과대, 도서관 등 10여 개 건물에서 청소를 한다. 1∼5층을 오르내리며 강의실과 복도, 계단, 화장실을 쓸고 닦고 쓰레기를 치우며 8시간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만 원 안팎이다. 미화원들의 형편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등록금을 내기 어려운 학생들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장학금 모금을 결정했다. 정경순 대표(64)는 “큰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 더 주지 못하는 아쉬움은 우리가 캠퍼스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로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이들의 소중한 뜻을 이어받아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공부하는 모범 학생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김종호 영남대 대외협력관리팀장은 “십시일반의 뜻깊은 정성을 들으면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학생들도 보답을 준비하고 있다. 미화원들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깨끗한 캠퍼스 만들기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개인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배출 실천에 많은 학생이 동참했다. 최동주 총학생회장(26·법학부 4년)은 “학생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진다”며 “학생들도 캠퍼스를 아끼는 노력을 꾸준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계명대 환경관리 직원 40여 명은 2000년부터 폐지와 고철, 빈병 등을 판매한 돈으로 이웃을 돕고 장학금도 기부하고 있다. 대학 건물과 조경을 관리하는 이들이 처음에 폐품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며 봉사단을 꾸렸다. 재활용품을 팔아 마련한 연간 500만∼700만 원으로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소년소녀가장, 혼자 사는 노인, 무료 급식소 등에 쌀을 선물한다. 지난해에는 계명대 학생 4명에게 200만 원을 주는 등 4년 전부터 대학에 장학금도 내고 있다. 장한수 봉사단 회장(47)은 “먼저 알아보며 인사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힘이 난다”며 “학생들이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봉사단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영남대#환경미화원#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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