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궁항어촌 마을회의가 연거푸 4차례 열린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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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소라면 궁항마을(타원 점선)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소유의 모개도. 여수신문 제공
전남 여수시 소라면 궁항마을(타원 점선)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소유의 모개도. 여수신문 제공
전남 여수시 소라면 궁항마을 주민들은 최근 마을회의를 4차례나 열었다. 40여 가구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에서 잇따라 회의가 열린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지난해 12월 국내 A건설사가 마을 주민들에게 해안가와 마을 바로 앞에 있는 무인도인 모개도를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주택 2채와 마을회관, 마을광장을 팔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 데 있다. 궁항마을 인근 해안가와 모개도 등 8만4277m²의 땅 주인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다.

모개도는 면적 3만508m²로 하늘에서 보면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한반도 전체에서 하트 모양을 한 섬이 거의 없어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특이한 섬”이라고 말했다.

궁항마을은 여수시청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로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활처럼 휘어진 형세로 주변은 가막만 앞바다와 건너편 전남 고흥군 팔영산이 한눈에 보인다. 다도해 사이로 지는 일몰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주민들은 이 회장이 모개도를 구입한 것을 놓고 “아름다운 경관에 반했기 때문” “모개도 가 명당이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땅이 무슨 용도로 개발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2004년과 2006년 이 땅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 회장이 땅을 구입한 뒤 주변 땅값도 3.3m²당 30만∼40만 원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궁항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초순 A건설사의 제안을 받고 4차례 주민회의를 열었지만 도로 개설용 땅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민 김모 씨(65)는 “마을 가운데로 공사차량 등이 오가는 등 마을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주민 상당수가 반대했다”며 “일부 찬성한 쪽은 이 회장의 별장이나 삼성그룹 연수원 등이 모개도 주변에 들어서면 지역이 발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궁항마을 인근에는 한옥호텔 66개동(객실 480실)을 지으려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신진양레저관광이 소라면 바닷가 인근 땅 13만9834m²를 매입했다. 이 회사는 중국 자본을 유치해 한옥호텔을 지을 방침이다. 여수 화양지구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일상해양산업은 화양면 경제자유구역 991만7355m² 가운데 65%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화양면과 소라면 일대가 들썩이는 것은 국도 77호선인 전남 고흥군 영남면∼여수시 화양면을 연결하는 도로공사(17km)가 진행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국도 77호선은 인천∼부산을 연결하는 해안도로로 공사 구간은 특히 경치가 아름답다. 해당 구간 섬들을 연결하는 적금대교 등 다리 5개가 2020년 완공되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다양한 볼거리가 생긴다. 특히 여수지역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생활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양수 여수시 투자유치과장은 “여수엑스포 개최 등으로 접근성이 향상된 데다 고흥∼여수를 잇는 다리 5개가 완성되면 화양·소라면은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다. 은퇴자들이 노후를 보내는 실버타운이나 여행지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여수시#궁항마을#모개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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