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교실… 교사와 학생이 욕하고 주먹다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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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스승 얼굴뼈 골절상… 고교생 제자는 앞니 부러져
학교측 “처벌보다 화해에 우선”… “유야무야땐 교권추락” 우려도

40대 교사와 10대 남학생이 학교 내에서 주먹다짐을 해 크게 다쳤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졌다. 학교 측에 따르면 체육교사 A 씨(46)는 이날 수업을 교실에서 하기로 하고 미리 학생들에게 “체육교과서를 가져오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수업 당일 전체 30여 명의 학급 학생 중 교과서를 준비해 온 사람은 10여 명. 상당수 학생이 교과서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본 A 씨는 “안 가져온 사람은 전부 손을 들고 있으라”고 말한 뒤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것에 대해 꾸짖었다. 이때 이 학급 학생 B 군(17)이 손을 내리며 벌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는 모습이 A 씨 눈에 띄었다. A 씨는 “거기, 손 똑바로 들어”라고 말했고, 학생은 몇 번 말을 거스르다가 입으로 투덜거리며 교사를 향해 욕을 하듯 중얼거렸다.

10일 만난 학교 측 관계자와 경찰에 따르면 이때 A 씨는 “××새끼”라며 격앙된 말투로 학생을 꾸짖었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A 씨가 B 군을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진상 조사에서 A 씨는 “학생부 사무실로 데려가 체벌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학생부 사무실까지 가는 복도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서로 욕을 하며 주먹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는 얼굴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고, 학생은 이가 부러졌다.

학교 측 관계자는 “누가 먼저 때린 것인지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사건 당일 오후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A 씨는 이달 31일까지 병가를 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고, 학생은 11일까지 진행되는 기말고사를 마친 뒤 14일 경찰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학교 측은 “교육적 차원에서 처벌보다는 선도를 하고, 사제 간 화해를 우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학생과 교사가 서로 사과를 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며 “기말고사가 끝난 뒤 선도위원회를 열어 징계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교사-학생 간 폭행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기보다는 합의라는 명목하에 사건을 유야무야 마무리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온 학생들 중 상당수는 “선생님들이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면 우리 학교의 이미지만 실추되고, 대학가는 데 이득될 게 없다’며 ‘못 본 척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고양=김수연 sykim@donga.com / 조영달 기자
#고양시 고등학교#사제 간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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