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이게 50년전 고국의 맛” 파독 근로자들 울린 ‘크림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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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식품 2400개 현지 공수

근로자 파독 50주년을 기념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념 공연에서 삼립식품이 선물한 ‘크림빵’을 받고 즐거워하는 교민들. 
설탕이 귀하던 시절 달콤한 하얀 크림으로 인기를 끌던 크림빵은 이들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고국의 맛’이기도 하다. 삼립식품 제공
근로자 파독 50주년을 기념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념 공연에서 삼립식품이 선물한 ‘크림빵’을 받고 즐거워하는 교민들. 설탕이 귀하던 시절 달콤한 하얀 크림으로 인기를 끌던 크림빵은 이들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고국의 맛’이기도 하다. 삼립식품 제공
1963년 선보여 ‘국민 빵’이란 별명을 얻었던 삼립식품의 ‘크림빵’이 독일에 광원과 간호사로 파견돼 현지에 정착한 교민들과 50년 만에 재회했다.

SPC그룹 삼립식품은 26일(현지 시간) 가수 이미자의 파독(派獨) 근로자 50주년 기념공연 ‘이미자의 구텐탁, 동백아가씨’가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야르훈데르트할레 공연장을 찾아 관객들에게 크림빵 2400개를 선물했다고 27일 밝혔다.

삼립식품 측은 1963∼1977년 독일에 파견된 광원과 간호사들의 노고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공연 취지에 맞춰 ‘고국의 맛’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을 비행기로 실어 날랐다. 이날 크림빵은 외화벌이를 위해 젊은 시절 이역만리로 떠났던 이들에게 고국의 추억, 유년시절의 그리움을 선물했다. 사회자가 “크림빵 모두 기억하시나요”라고 묻자 다들 한목소리로 “예”라고 답하며 크게 호응했다.

이날 파독 광원 출신 조립 씨는 “아직도 이 빵이 나오고 있느냐”며 “독일 오기 전 한국에서 무척 좋아했던 빵인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정말 반갑다”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 차정희 씨는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먹던 빵을 한 입 베어 무니, 힘겨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며 “크림빵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는데 오래전 그 맛이 그대로인 게 놀랍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삼립식품 관계자는 “파독 근로자들은 이날 크림빵을 접하며 향수에 젖었고 자녀들은 고국의 근대화를 위해 헌신했던 부모들의 고충,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난 빵에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며 “크림빵을 나눠 먹으면서 여러 세대가 하나가 된 듯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삼립식품의 ‘크림빵’은 삼립식품의 최대 히트 상품이다. 1963년에 국내 최초로 자동화설비를 통해 비닐포장 안에 넣어 판매됐다. 구로공단의 야근 노동자들의 허기를 때워 주며 한국경제 성장의 한몫을 담당한 역사적 제품이기도 하다. 설탕이 귀했던 시절, 빵 사이에 달콤한 흰 크림이 들어 있던 크림빵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50년간 크림빵은 총 17억 개가 팔렸다. 국내 제빵업계 단일 브랜드 판매량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다섯 바퀴 돌릴 수 있고, 백두산을 3만7901회 왕복해 오르내릴 수 있는 양이다. 한때는 삼립식품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하루 15만 개나 판매되는 효자 제품이다.

삼립식품을 모기업으로 성장한 SPC그룹 측은 “먼 곳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파독 근로자들이 있었기에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며 “이들과 근대화를 함께한 삼립식품도 글로벌 제과기업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며 뜻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수현 soohyun87@donga.com·박선희 기자
#삼립식품#크림빵#파독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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