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부산을 오가는 카페리 여객선에서 하루에 승객 4명이 실종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한 승객은 갑판 난간을 넘어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고 다른 실종 승객은 유서가 발견되는 등 자살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열흘 전에도 이 여객선에서 한 명이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9월 30일 오후 7시 부산∼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S호(6626t)는 승객 159명, 승무원 18명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했다. 여객선이 제주시 우도 북쪽 30km 지점 해상을 지날 즈음인 1일 오전 4시경 6층 선미 왼쪽에서 한 승객의 작은 여행용 가방과 검은색 단화가 발견됐다. 이 가방은 승객 김모 씨(63·대구 달성군)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미 김 씨는 여객선에서 사라진 뒤였다. 가방에 있는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전화번호는 모두 지워진 상태. 유서로 보이는 A4 용지에는 ‘지친 육신인 나를 바다가 받아 달라. 아들아, 할머니를 부탁한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 바다에 가게 되면 못난 아빠를 기억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해경 조사 결과 김 씨는 식당업 등을 하다 사업에 실패한 뒤 행상을 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다 며칠 전 공중전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실종이 확인된 직후인 1일 오전 5시 45분경 “한 남자가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봤다”는 승객의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여객선은 우도 북쪽 18km 해상에서 운항을 중단하고 1시간 동안 실종 승객을 찾았으나 거친 파도에 이미 휩쓸린 뒤였다. 이 승객은 권모 씨(66)로 밝혀졌다. CCTV를 확인한 결과 권 씨는 5층 선미 오른쪽 통로에서 가슴에 안고 있던 하얀 비닐봉지를 바다에 던진 뒤 여행용 가방을 멘 채 난간을 넘어 투신했다. 해경 조사 결과 권 씨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출생한 기록만 있을 뿐 가족관계가 불분명했다. 그가 살고 있던 집에서는 투신을 암시하는 ‘나는 바다로 간다’는 내용의 쪽지가 나왔다.
이 여객선에서 ‘의문의 투신사건’은 계속됐다. 제주항에서 1일 오후 7시 30분경 승객 40명과 화물을 싣고 다시 부산을 향해 출항한 여객선이 전남 거문도 부근 해상을 지나던 오후 10시 35분경 김모(62), 이모 씨(70) 부부가 5층 선미 갑판 왼쪽 구석진 곳으로 간 뒤 사라졌다. 이 장면을 목격한 승객은 “여객선 꼬리부분(선미)에서 나이 든 남녀가 서로 껴안고 스킨십을 하는 줄 알고 피했는데 잠시 뒤 쓰레기통을 밟고 올라서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김 씨 부부는 일주일 전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객실에 이들이 남긴 물품은 없었다.
해경은 제주항으로 입항하며 실종된 승객 2명과 관련해 회의를 갖고 취약시간대 노천갑판 일부 폐쇄 운영, 여객선 보안요원 증원 방안 강구, CCTV 설치장소 추가 보강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같은 여객선에서 2명이 추가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여객선 회사의 안전대책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여객선에서는 9월 22일 승객 강모 씨(27·경기 구리시)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남쪽 40km 해상에서 선미 갑판에 신발과 모자만을 남긴 채 실종된 적이 있다.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승객이 실종된 사례는 2010년 1명, 2011년 3명, 2012년 2명이었다. 올해는 승객 5명이 실종된 사건이 모두 S여객선에서 발생했다.
해경은 승객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상에 경비함정 등을 급파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실종 및 투신 승객들 가운데 김 씨 부부를 제외하고는 서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은 투신하거나 실종된 승객 가족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여객선의 안전대책 소홀 등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연이은 실종사건이 발생한 카페리 여객선은 4월 19일 부산∼제주 항로에 취항했고 길이 125m, 폭 23m에 승객 정원은 613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