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몰카 찍었다간… 20년간 망신 당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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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9일부터 신상정보 등록대상 포함

공모 씨(36)는 5월 치아 진료 차 방문한 한 치과에서 여자 상담원의 다리를 몰래 찍었다. 그는 테이블 아래로 휴대전화를 넣고 치마를 입은 상담원의 다리를 촬영했다. 공 씨는 치과에서 나와 집에 가기 전까지도 거리나 버스 지하철 안에서 만난 여성들의 치마 속이나 다리를 10번 찍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신명희 판사는 지난달 공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임을 고지했다.

‘몰카’를 찍다 적발돼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처벌뿐 아니라 20년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다.

6월 19일 시행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서 신상정보 등록 대상 범죄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14조) 행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6일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된 뒤 지난달 31일까지 33명이 집행유예(4명)나 벌금형(29명)을 선고받고 신상정보가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몰카 범죄자들은 “호기심에 몰카를 찍은 대가로 20년이나 신상정보가 등록되는 건 몰랐다”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직장 소재지 △키 △몸무게 △차량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경찰은 대상자가 신상정보를 제출할 때 대상자의 정면 좌·우측 상반신 전신 모습을 컬러로 촬영한다.

신상정보 제공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대상자는 1년마다 경찰서에 출석해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하고, 경찰로부터 6개월마다 한 번씩 신상정보의 진위 및 변경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변동 사항이 생기면 20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대상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경찰로부터 받은 대상자의 신상정보를 전산망에 등록하고 20년간 보존·관리해야 한다. 대상자의 신상정보는 검사나 경찰이 성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

몰카가 아니고 촬영 당시 상대의 동의를 받고 찍은 음란 사진을 나중에 공개해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다. 성폭력 특례법 14조 2항은 ‘촬영 당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후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배포 판매 전시한 자’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협박하려 연인 시절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개하면 신상정보가 등록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특례법 14조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인원은 2010년에 746명, 2011년에는 1054명, 지난해에는 1355명이었다. 현재 시점이었다면 이들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된다.

대검찰청 강지식 형사2과장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이 친고죄 폐지 중심으로 알려져 몰카 때문에 신상정보가 등록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 ‘걸려도 벌금이겠지’라고 생각했다가는 20년 동안 후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몰카#신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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