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 대가로 뒷돈 챙긴 축구감독 무더기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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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에 수천만원 금품 받아
3명 구속 기소-2명 불구속 기소

축구 선수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에게 감독들은 절대적인 ‘갑’이었다.

2010년 9월 A고 축구팀 감독 함모 씨는 한 학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얼마 전에 산 차를 대학 감독이 부러워해 넘겨줬다며 할부대금을 대신 내라고 했다. ‘갑’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학부모는 3300만 원에 달하는 할부대금을 대신 내줬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함 감독에게 “아이가 대학에 잘 가게 도와 달라”며 한 번에 1000만 원을 건넸다. 함 씨는 이런 방식으로 2009∼2011년 학부모 7명으로부터 53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이 학교 축구팀 감독과 학부모의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비리를 적발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 조남관)는 학부모로부터 진학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고교 감독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대학 감독 1명과 고교 감독 1명을 25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대한축구협회 심판 1명과 4개 중고교 감독, 학부모 2명을 벌금 300만∼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경기 B고 감독 박모 씨는 2009∼2011년 학부모 6명에게 7250만 원을 받았고, 서울 C고 감독 이모 씨도 학부모에게 4270만 원을 받는 한편 선수 간식비 등으로 쓰는 학부모회비 8055만 원도 자녀 유학 자금으로 횡령했다.

올림픽대표팀 코치 출신의 대학 감독 이모 씨는 학부모 5명에게 69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우수한 선수를 유치하기 위해 7개 고교 감독에게 총 1억2000만 원의 스카우트비를 건넨 혐의(배임증재)도 받고 있다. 이 대학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관련 비용을 회계처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감독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양주 수십 병이 쌓여 있는 것을 포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축구는 선수 실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적어 감독의 추천이 스카우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감독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축구 선수#학부모#축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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