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캠프’ 고교생 5명 파도 휩쓸려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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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서
“구명조끼 없이 험한 바다 들어가”

해병대 훈련을 모방한 사설단체 운영의 ‘해병대식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바다에서 실종됐다. 18일 오후 5시 반경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진모 군(17) 등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5명이 실종됐다.

이날 사고에 대해 공주사대부고 측은 “바닷가에서 훈련 중 교관 지시로 많은 학생들이 허리 이상 물이 찰 정도까지 바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높은 파도가 밀려오고 갯벌의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교관들이 10여 명을 구조했지만 5명이 실종됐다고 학생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또 학생들이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캠프 측은 “10여 명씩 교관과 함께 무동력 고무보트를 타고 150m쯤 바다에 나갔다가 되돌아온 뒤 안전수위로 판단된 지점에서 보트에서 내리도록 했다”며 “예상보다 수심이 깊고 높은 파도가 쳐 5명이 파도에 휩쓸렸다”고 주장했다.

태안해경은 “사고 발생 후 캠프 측이 자체 수색하다가 학생들을 찾지 못하자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실종된 장소는 유난히 물살이 빠른 곳으로 평소 주민들이 사고위험을 지적했던 곳이다. 이 해역에서는 2003년에도 캠프에 왔던 학생 1명이 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현지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헬기와 경비정, 연안구조정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날이 어두워져 어려움을 겪었다. 실종 학생들을 포함해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은 17∼19일 2박 3일 일정으로 캠프에 참가했으며 전날에는 해안에서 집단체조 등을, 실종 당일 오전에는 유격훈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태안 안면도 일대에는 ‘해병대’라는 이름을 내건 3개의 사설 캠프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해병대 캠프는 ‘청소년의 정신력을 강화해 준다’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일부 단체는 숙련되지 않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교관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한편 해병대는 사고 당시 캠프를 운영한 업체는 해병대와 전혀 무관한 곳이라고 밝혔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사설 해병캠프#고교생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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