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경찰 - 검찰 - 법원… 엉뚱한 사람 절도범 몰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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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담배꽁초 발견된 범행장소 혼동, 檢-법원 졸속처리… 항소서 오류 발견

잘못된 경찰 수사와 부실한 검찰의 기소, 법원의 판결까지 어우러져 엉뚱한 사람이 절도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모 씨(43)는 2009년 5월 17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A 상회에 침입해 1200만 원 상당의 의류와 잡화 등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장 씨는 구속기소됐고 같은 해 7월 1일 1심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형을 마친 장 씨에게 지난해 초 절도 혐의가 추가됐다. 경찰은 2009년 1월 9일 종로구 창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귀금속 4점(시가 135만 원 상당) 절도사건 용의자로 장 씨를 지목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채취된 DNA가 장 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 범행 현장에는 담배꽁초가 없었다. 미제사건 수사에 나선 경찰이 2009년의 ‘종로5가 A 상회’ 범행 현장에서 발견됐던 담배꽁초를 ‘창신동 아파트’에서 발견된 것으로 잘못 적용한 것이다. 공교롭게 두 사건 피해자가 동명이인인 탓에 경찰이 사건을 혼동해 증거로 활용한 것이다.

검찰과 법원도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사건을 처리했다. 장 씨는 ‘창신동 아파트’ 사건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이 장 씨는 다른 절도 혐의로 체포돼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원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수감 중인 장 씨를 종로구 창신동 절도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같은 해 11월 형면제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 처리의 오류는 장 씨의 항소로 사건 기록을 다시 확인하던 검찰에 의해 밝혀졌다. 춘천지검은 오류를 확인하고 12일 재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경찰#검찰#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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