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목매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나는 주범 아니다” 유서 남겨

전남 순천시에서 공개 수배된 여대생 납치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2시 반 순천시 석현동의 한 문중 제각(祭閣) 주변 소나무에 정모 씨(24)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범행을 후회하고 있으며 나는 주범이 아니다”라고 적힌 A4용지 크기 유서 2장이 발견됐다. 정 씨는 A 씨(23)와 함께 입대한 고교 동창의 여자친구인 B 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A 씨와 함께 5일 오후 9시 B 씨의 원룸 근처로 가서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거짓말로 유인한 뒤 납치했다. 정 씨와 A 씨는 6일 오전 3시 순천의 한 공원에서 B 씨가 화장실에 간다고 하며 몰래 휴대전화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자 달아났다. A 씨는 정 씨와 헤어진 뒤 혼자 B 씨의 원룸에 침입해 현금 2314만 원을 훔쳐 도주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경찰은 6일 A 씨를 검거하고 그가 훔친 돈 전액을 회수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정 씨가 납치강도를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 씨의 행방을 찾지 못해 10일 정 씨를 납치강도 용의자로 공개 수배한 뒤 3시간 만에 정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정 씨가 납치강도에 실패한 뒤 양심의 가책을 느낀 데다 언론에 자신이 주범으로 알려진 데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 여대생#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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