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해 진상 밝혀라” 이대 후배들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5시 20분


코멘트

"'유전무죄 무전유죄' 다시 없어야"…모금·광고 프로젝트

2002년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머리에 공기총 6발을 맞고 숨진 이른바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의 피해자 하모 씨(여)의 대학 후배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나섰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한 중견기업 회장의 전 부인 윤모 씨(68)가 판사인 자신의 사위와 여대생 하 씨의 관계를 불륜으로 의심, 하 씨를 청부 살해한 사건이다. 두 사람은 이종사촌이다.

윤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돼 이 사건은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윤 씨가 수감 기간 유방암 등을 이유로 40여 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서울시내 한 유병 대학병원 VIP 병동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하 씨의 모교인 이화여대 교내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에서 하 씨를 추모하고 사건의 교훈을 기억하고자 광고를 내자는 제안이 나왔고, 자발적으로 모인 재학생과 졸업생 6¤7명이 계좌개설, 광고 시안작성·집행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된 1차 모금의 호응은 뜨거웠다.
1주일간 1500여명이 2800만원을 보내왔다. 금액은 1만원에서부터 50만원까지 다양했다.

기부자들은 입금자명에 '첫 월급 선배님께' '고시생의 전 재산' '백수라 미안해요' '야식만 줄였어도' 등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아버님 힘내세요' '기억하겠습니다' 등 고인을 추모하거나 유족을 위로하는 문구도 있었다.
1차 모금 결과는 전날 두 일간지 1면에 광고로 나타났다.

광고는 "2002년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던 스물세 살의 법학도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2013년 가해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며 "허위 진단서와 형집행정지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의 이름으로 실린 이 광고는 "대한민국에서 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용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모두가 법 앞에서 평등하게 심판받는 그날까지 이화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대생들은 일반인까지 참가하는 2차 모금을 실시, 지하철과 버스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전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www.ucanfunding.com)에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이달 말까지 1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공익프로젝트를 제시하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