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 건설업자 윤씨 대우건설 사장에 그림 로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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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골프장 공사 관련 금품수수 의혹”… 서종욱 사장 “그림 돌려보내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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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인사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골프장 공사 수주를 위해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64)에게 그림 로비를 시도했던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서 사장은 “그림을 돌려보냈고 다른 금품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윤 씨가 그림 외에 다른 금품을 서 사장에게 건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서 사장은 경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23일, 임기를 6개월 남겨 두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서를 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사정 당국과 대우건설 등에 따르면 윤 씨는 2010년 강원 춘천시의 골프장 공사 하도급을 따내기 위해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로비하는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대우건설 전 임원 A 씨를 통해 서 사장에게 그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이튿날 비서에게 그림을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A 씨가 그림을 돌려받지 않겠다고 해 그림은 중역실 앞 사무실 복도에 최근까지 걸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4일 압수수색 때 이 그림을 압수했다.

서 사장은 최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임원들에게 “돌려준 그림 외에는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팀은 28일 서 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품을 받은 사람은 서 사장이 아니라 당시 고위 임원이던 B 씨다. 퇴직 임원 A 씨가 그에게 ‘윤 씨 회사가 입찰에 참여하게 해 달라’며 금품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문제의 골프장 공사 당시 윤 씨가 운영하던 동인건설은 68억 원 규모의 클럽하우스와 토목공사 일부 등 총 240억 원 규모의 공사를 대우건설에서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인건설이 따낸 하도급 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경찰은 서 사장이 윤 씨에게서 그림 외에 별도의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대목을 집중 수사 중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서 사장이 윤 씨에게서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윤 씨의 공사 수주를 도왔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윤 씨의 성접대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21일 윤 씨에 대한 3차 소환조사에서 성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과 윤 씨를 대질신문했다. 윤 씨는 성접대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면서도 여성들의 추궁에 흥분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윤 씨에게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에게 29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피의자 신분의 소환 통보여서 김 전 차관이 3차례 이상 불응할 경우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해 “원칙에 입각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차관 체포영장을 검찰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검경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도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성접대의혹#그림로비#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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