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정신]김관용 경북도지사 “2014년, ‘경상도’ 생긴지 꼭 700년 되는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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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새로운 정신 담은 ‘정체성’ 선보일 터”

정신과 혼의 가치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있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 지사는 “경북의 정신과 문화가 대한민국을 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과 혼의 가치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있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 지사는 “경북의 정신과 문화가 대한민국을 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낙타라고 하면 그저 사막에서 짐을 운반하는 동물 정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경북도가 추진하는 실크로드 탐험에 관심을 가지면서 낙타가 아주 다르게 보이네요. 강한 정신력을 가진 멋진 동물이라는 것이죠.”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낙타는 원래 북극에서 살았다는 과학자들의 최근 주장이 사실이라면 낙타의 적응력은 참으로 대단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낙타 등에 솟아있는 커다란 혹에 지방을 저장해 생존 위기를 이겨내고 널찍한 발바닥은 모래 위를 걷기에 적당하다”며 “우직하면서도 지혜가 느껴지는 이런 낙타를 보면 사람의 정체성(正體性)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정신’ ‘얼’ ‘혼(魂)’인 정체성이 흐리멍덩하거나 빈약하면 아무런 발전도 꾀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 안동으로 이전하는 경북도청 신청사. 유서 깊은 경북의 전통을 살려 기와집 형식으로 짓는다.
내년 하반기 안동으로 이전하는 경북도청 신청사. 유서 깊은 경북의 전통을 살려 기와집 형식으로 짓는다.

―지역, 구체적으로 경북의 정체성을 왜 강조하나.

“정체성은 나침반이나 등대와 비슷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 좌충우돌하면서 부질없이 힘만 빠지다 결국 움츠러들기 쉽다. 개인도 지역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새로운 추진력이나 에너지가 필요한데, 전통 속에서 찾아 현재와 미래를 열 수 있다면 지혜로운 태도 아니겠는가. 전통, 그러니까 이전에 이룬 성과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민선 4기가 출범한 2006년 경북의 주요 정책으로 ‘정체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투자 및 기업 유치와 일자리 만들기, 낙동강 살리기 사업, 문화관광 기반 확대, 농민사관학교 설립, 기업 경쟁력 강화 등에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체성이라는 기반이 필수 영양소처럼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든 기구가 2011년 10월 출범한 ‘경북정체성포럼’이다.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정신의 정체는….

“이 네 가지가 경북을 완전히 드러내는 정신은 아니다. 그야말로 화두이다. 이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비추고 이끄는 정신력을 찾아보자는 몸부림이다. 막연한 자부심에 기대려는 낡은 태도가 아니다. 낙타의 생존력처럼 정체성이라는 정신력을 버팀목처럼 딛고 시대에 맞는 적응력과 창의력을 이룩하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정체성은 전통이면서도 바로 지금 살아있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힘을 발휘할 것으로 확신한다. 항일독립운동은 6·25전쟁 때 나라 지키는 절실함으로 나타났다. 독도 수호 정신도 그 연장선이다. 경북에서 싹을 틔운 새마을운동은 농어촌 변화에 이어 포항제철소와 구미전자공단 등으로 피어났다.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빈곤 극복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피처럼 흐르는 정체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김 지사는 정체성도 ‘첨단화(尖端化)’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은 산업에만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뾰족한 끝’이라는 뜻처럼 어떤 영역에서든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게 첨단화의 바른 뜻이라고 했다.

―지역마다 이와 같은 정체성이 있지 않나.

“그렇다. 경북 정체성만 중요하고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정체성이 형성되려면 개방적인 지역 분위기가 중요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체성에는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섞여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살리고, 즉 첨단화시키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정체성이 국가 정체성으로 융합돼 나라를 살리는 건전한 경쟁력과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자세가 선비정신이나 화랑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경북 정체성 발전 계획은….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문화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이루자는 뜻으로 쓴 손글씨.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문화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이루자는 뜻으로 쓴 손글씨.
“내년 하반기에 대구에 있는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한다. 경상도라는 말이 생긴 지 꼭 700년 되는 의미 깊은 해이다. 이에 맞춰 경북 정체성을 공식 선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토의와 논쟁을 하고 있다. 경북 이외 지역 인사들도 참여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북 정체성이 경북만을 위한 좁은 틀이 아니라 널리 공감을 일으켜 나라 발전을 위한 에너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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