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석달간 전화 7000통… 탈북여성의 빗나간 스토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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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연상 기혼남에 한눈에 반해… 경찰에 붙잡히고도 “포기 않겠다”

탈북 여성 정모 씨(38)는 지난해 4월 한 강연회에서 탈북자 방송사 대표 A 씨(51)를 처음 봤다. 정 씨는 점잖은 말투로 강연하는 A 씨에게 한눈에 반했다. 고민 끝에 정 씨는 “북한에 있는 부모님을 한국에 데려오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A 씨에게 접근한 뒤 대뜸 “첫눈에 반했으니 결혼하자”고 했다. 당황한 A 씨는 “난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정 씨는 매일 A 씨의 직장으로 찾아갔다. 1월에는 아예 A 씨의 집 근처 고시원으로 이사했다. A 씨 직장 출입문에 ‘왔는데 아직 보이질 않네요… 보고 싶어요’라는 메모를 붙이기도 했다. 기다리다 늦어지면 인근 사우나에서 잠을 자고 다시 A 씨를 기다렸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정 씨는 전화 7000여 통을 걸고 문자메시지 500여 개를 보냈다. 지난달 8일 스토킹 혐의로 범칙금 처분을 받고도 4차례 더 경찰에 적발됐지만 정 씨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정 씨는 19일 오후 5시 반경 A 씨 직장 앞에서 기다리다 다른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는 “나는 사랑한 죄밖에 없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정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탈북여성#스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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