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가짜사연 2000건 8000만원대 사은품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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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시댁에 갔는데 동서가 안 도와주려고 하더라고요. 화가 나서 집으로 가다 교통사고가 났지 뭐예요. 잘됐다 싶어 병원에 드러누웠는데 시어머니가 동서를 혼내주니 고소하더라고요.”

2월 8일 CBS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사연이 흘러나왔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사는 한 주부였다. 진행자는 “글을 보내 준 청취자에게 문화상품권을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연은 전단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42)가 보낸 가짜 사연이었다. 이 씨는 2006년 4월부터 최근까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KBS, MBC 등 여러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꾸며낸 이야기를 올렸다. 이 기간에 올린 사연만 2000여 건. 이 씨는 어느 날은 주부로, 다른 날엔 재수생이나 학교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이리저리 짜깁기한 뒤 하루에 많게는 수십 건씩 사연을 올렸다. 한 프로그램에 서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6건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이 씨의 ‘짜깁기 사연’ 700여 건이 방송에 소개돼 전기매트, 드럼세탁기, 문화상품권 등 800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 씨는 아파트 입구에 쌓아둔 서류 뭉치나 재활용품 보관소 등에서 180여 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적사항을 수집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 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집은 문화상품권 400여 장과 상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상품을 인터넷에서 팔아 생활비로 충당해 왔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라디오사연#가짜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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