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보호자 82% 우울증 증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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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에 경제적 어려움 가중… 17.7% “자살충동”… 2.8%는 실제 시도

암 환자의 보호자 10명 중 8명이 우울증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3명은 최근 1년 안에 실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종혁 박보영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연구팀은 암 환자와 보호자 990쌍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측정도구(HADS)를 이용해 설문조사를 벌여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HADS는 우울증을 평가하는 도구로 자주 사용된다.

HADS 측정 결과 82.2%에게 우울증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우울한 느낌을 받는 정도가 심해 병원 진료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17.7%는 최근 1년 안에 자살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8%는 같은 기간 실제 자살 시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암 환자 보호자가 우울증상이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강도와 자살 시도 가능성이 각각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불안증상이 있는 암 환자 보호자의 경우 자살 충동은 4배, 자살 시도 가능성은 3배가량 높았다. 암 환자를 간병하는 데 집중하다보면 사회와의 접촉이 줄고, 삶의 질이 낮아지면서 자살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오랜 간병 생활 때문에 직업을 잃은 보호자의 정신건강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실직한 암 환자 보호자는 직업을 유지한 사람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정도가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혁 연구책임자(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는 “암 환자 보호자는 정신적 물리적 고통 뿐 아니라 치료비 마련을 위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는다.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정신건강까지 보호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논문은 미국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4월호에 실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암환자#정신적고통#자살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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