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 피보다 진한 동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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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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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아토피 치료 위해 전원생활… 350만원 들여 탈골 수술… 사망땐 화장-납골까지

아토피로 고생하는 ‘똘이’를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유서진 씨(오른쪽)와 애견 ‘코코’에게 관절 접합수술을 시켜준 강무성
 씨는 ‘펫팸족’이다. 유 씨는 유기견 등 강아지와 고양이 6마리를 키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토피로 고생하는 ‘똘이’를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유서진 씨(오른쪽)와 애견 ‘코코’에게 관절 접합수술을 시켜준 강무성 씨는 ‘펫팸족’이다. 유 씨는 유기견 등 강아지와 고양이 6마리를 키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홍보대행사 워킹피컴퍼니를 운영하는 유서진 씨(41)는 코커스패니얼 종의 애견 ‘똘이’를 위해 지난해 말 경기 용인시 아파트에서 광주시 오포읍의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다. 아토피가 심해 피가 날 때까지 온몸을 긁어대는 모습을 지켜보기 어려워 전세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유씨는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다.

“아토피 치료약을 먹일까도 생각했지만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자연 치료를 시작했어요.”

공기 좋은 전원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가공사료 대신 브로콜리 당근 양배추 등 10가지 채소를 갈아 오리고기와 함께 먹인 덕분에 똘이의 피부는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졌다.

이 회사의 강무성 차장(35)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종의 강아지 ‘코코’의 뒷다리가 자꾸 탈골이 되자 2년 전 관절 접합수술을 시켰다. 입원비까지 350만 원을 썼지만 고생하는 모습을 보느니 수술을 시켜주는 게 마음이 편했다.

유 씨처럼 반려동물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pet과 family의 합성어)족’은 반려동물에 대한 씀씀이도 크다. 이들은 “단순히 애완동물을 예쁘게 꾸미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함께 살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2010년 1조 원대에서 2012년 1조8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창업시장에서는 반려동물 전문 장례지도사, 액세서리 디자이너, 영양관리사, 포토그래퍼 등이 신종 유망 직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점유율 70%를 차지했던 반려동물 사료시장에 국내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고품질 닭고기를 원료로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프리미엄 사료 제품을 출시했다.

개와 고양이 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스튜디오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광고 기획을 하다가 지난해 5월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 ‘메르펫’을 연 백대호 씨(44)는 다양한 각도에서 동물을 찍을 수 있는 촬영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기본 세팅비 8000원에 사진 1장당 2000원을 받지만 대부분 고객들이 액자와 앨범까지 구입하기 때문에 10만 원 이상을 쓴다. 백 대표는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스튜디오를 찾는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에 특화된 장례업체도 등장했다. 국내 반려동물 장례시장 규모도 연간 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의 평균 장례비용은 30만 원이다. 최근에는 화장(火葬)과 봉안(납골)은 물론이고 화장한 뒤 나온 가루를 압축해 인조보석으로 만들어주는 메모리얼 스톤 업체도 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5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스님의 사리를 다루던 민성기 씨는 2009년 메모리얼 스톤 사업을 시작했다. 상품 가격은 15만∼35만 원으로 올해 매출 1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염희진·김현진 기자 salthj@donga.com
#펫팸족#동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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