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컨테이너 통째로 바꿔치기’ 신종 밀수수법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련번호-봉인 위조… 인도네시아産 담배 불법유통 시도

지난달 5일 오전 10시 45분 경남 양산시 물금읍 G보세창고. 박모 씨(49)는 인도네시아 산 ‘ROCK’ 담배 27만7000갑을 컨테이너에 실어 반출했다. 권모 씨(49)가 운전한 이 컨테이너차량은 6분 후 부산도시철도 2호선 부산대양산캠퍼스 역 앞 도로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권 씨는 이 컨테이너를 보세운송 도착지인 부산 강서구 녹산동 부산항 신항 부두로 운반하지 않고 물금택지지구로 옮겼다. 이곳에 대기시켜 둔 식료품이 들어 있는 다른 컨테이너와 바꿔치기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식료품이 든 컨테이너를 부산항 신항으로 옮기는 모습, 다시 빈 차량으로 왔다가 물금택지지구 도로 옆에 내려놓았던 담배 컨테이너를 대구 쪽으로 운반해 가는 장면이 같은 CCTV에 잡혔다.

바꿔치기한 환적화물의 컨테이너는 담배를 실은 컨테이너와 크기와 색상, 일련번호와 봉인까지 똑같았다. 일련번호와 봉인만 같으면 검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 그동안 밀수는 컨테이너 정상 물품 속에 교묘히 숨겨 들여오는 방식이었지만 컨테이너 자체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은 처음이라고 세관 측은 밝혔다.

박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밀수를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일을 꾸몄다. 똑같은 컨테이너 2대를 몰래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1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담배 19만2000갑을 케냐로 가는 환적화물로 꾸며 중계항인 부산항 신항으로 들여왔다. 1월 21일까지 4차례 총 57만3000갑(시가 12억 원)을 양산 보세창고에 입고시켰다. 그 뒤 지난달 4일 담배 27만7000갑을 케냐로 보내는 화물신고서를 양산세관에 접수시켰던 것.

하지만 이들은 세관의 컨테이너 검사에서 꼬리가 잡혔다. 담배는 밀수 가능성이 높은 물품으로 검사 대상 품목이었기 때문. 세관은 이들의 통화기록을 분석하고 수사를 벌여 5일 밀수 총책인 박 씨를 구속했다. 운반책 권 씨는 불구속하고 달아난 판매책 김모 씨는 뒤쫓고 있다.

세관은 “담배의 경우 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각종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밀수로 얻는 부당이득이 가장 큰 품목으로 이들이 포탈한 금액은 9억3200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외국산 담배를 정상적으로 들여오면 갑당 1547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들이 빼돌린 담배 절반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세창고에 남아있던 29만6000갑은 모두 압수했다. 담배 대신에 케냐로 보내려던 소주 1400병, 간장, 된장 등 시가 3000만 원 상당의 식료품도 압수했다. 김영우 부산세관 조사과장은 “이들은 수입 담배에 붙는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밀수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 형태의 국제 밀수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밀수#불법유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