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1학년 모두가 ‘할머니 신입생’ 경남 하동 고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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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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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80세… 평균 나이 72세

4일 경남 하동군 고전초등학교 입학식에서 할머니 학생들이 교실 가운데에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손자뻘 학생들의 표정과 대조적이다. 고전초교 제공
4일 경남 하동군 고전초등학교 입학식에서 할머니 학생들이 교실 가운데에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손자뻘 학생들의 표정과 대조적이다. 고전초교 제공
‘평균 연령 72세. 담임은 물론 교장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

5일 경남 하동군 고전면 고전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60∼80대 할머니 7명이 담임인 박윤희 교사(50)의 지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했다. 남향순(61) 전임선(67) 전연정(71) 박봉희(74) 이한선(75) 김필엽(79) 정태희 할머니(80) 등은 4일 이 학교 본관 글새미 도서관에서 입학식을 마친 올해 신입생들. 할머니들 덕분에 고전초교는 ‘신입생 없는 학교’에서 벗어났다. 박 교사는 “당분간 ‘할머니 신입생’을 대상으로 통학버스 이용 방법과 등하교 시 주의사항 등을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을 배움터로 이끈 사람은 남 할머니의 딸 정정순 씨(43). 어머니가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정 씨는 주변 할머니들이 정규교육을 받을 방법이 없는지를 수소문했다. 하동 교육지원청을 찾아 상담한 결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분들과 함께 입학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 측은 “문자를 해독하도록 공부를 시켜주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나 할머니들의 배우려는 의지가 워낙 강해 정규 학생으로 입학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입학식 날 7명 모두에게 고전면 장학회 장학금 10만 원씩을 지급하며 격려했다.

남 할머니는 “열심히 공부한 뒤 여건이 되면 중학교에도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전초교 박정희 교장(56)은 “초등학교는 꿈나무를 키우는 곳인 데다 다른 학교에 미칠 영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할머니들의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1929년 개교한 고전초등학교는 지금까지 81회, 총 386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에는 2학년 2명, 3학년 9명, 4학년 5명, 5학년 7명, 6학년 4명 등 총 34명이 재학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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