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대구 동구 중대동 서촌초교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어머니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꿈 희망 행복’을 주제로 마련된 이날 졸업식은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 주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진행됐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아이의 감성이 풍성해진 것 같아요. 학교 환경이 가장 소중한 교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경숙 씨(43·대구 동구 도학동)는 26일 서촌초교를 졸업한 아들 김지환 군(12)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그는 “학생 수가 적어 전교생이 어울려 생활해서 그런지 자기보다 어린 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아졌다”고 했다. 김 군은 “도롱뇽 알을 채집하고 전교생이 함께 축구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921년 개교한 대구 동구 중대동 서촌초교는 1970년대에는 전교생이 400명을 넘었지만 주민이 줄어들고 학생들도 시내권으로 전학해 최근 몇 년 동안 전교생이 50여 명 선으로 떨어져 분교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1년 5월 아토피 치유 행복학교로 새 출발을 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6억 원을 들여 학교 시설을 친환경 자재로 바꾼 뒤 인성 교육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이 몰리고 있는 것. 지난해 입학생은 8명이지만 올해는 40명으로 5배로 뛰었다. 다음 달 4일 입학식에 맞춰 1개 반이던 1학년은 2개 반으로 늘어난다.
학교 주변은 도심 학교 학생들이 부러워할 정도. 팔공산과 왕산, 응해산으로 둘러싸인 교정은 쾌적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교정에는 90년 넘은 뿌리 깊은 나무가 많고 학교를 빙 둘러 편백나무 둘레길도 만들었다. 교실에는 분필가루가 없는 칠판을 설치했고 바닥은 오크나무, 벽면은 황토벽돌, 사물함은 편백나무로 만드는 등 시설 대부분이 친환경 자재로 돼 있다. 목욕실에는 편백나무로 짠 욕조가 있어 학생들이 언제든 목욕할 수 있다. 10여 분 동안 반신욕을 하면서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증을 가라앉힌다. 친환경 농산물을 주로 공급하고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에게는 맞춤형 급식을 제공한다. 식수도 수돗물 대신 매실차 같은 차(茶)를 마신다.
아토피나 천식,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학생들의 전학도 잇따르고 있다. 2011년 전교생은 65명이었지만 현재 85명으로 늘었다. 이 중 아토피 등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으로 전학 온 학생은 46명(54%)이다. 피부염으로 힘들어했던 쌍둥이 최준우, 준혁 군(11)은 지난해 이곳에 전학 온 후 상태가 좋아졌다. 형 준우 군은 “이제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가리지 않는다. 빨리 개학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송인수 교장(54)은 “학생들이 자연을 배우며 아토피 치유뿐만 아니라 인성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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