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보성 어느 다문화가정의 ‘따뜻한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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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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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집 잃고 가족들 뿔뿔이… 이웃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 마련 다시 한자리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와 후원자 20여 명이 7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다문화가정 이모 씨 부부와 자녀 4명의 새 보금자리 완공행사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와 후원자 20여 명이 7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다문화가정 이모 씨 부부와 자녀 4명의 새 보금자리 완공행사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얼굴도 모르는 분들까지 도와주셔서 가족이 따뜻한 설을 쇨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집이 불타 버려 세 달 넘게 뿔뿔이 흩어져 살던 전남 보성군 이모 씨(52) 가족이 각계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에서 함께 설을 지냈다. 건축가 등 재능기부자 3명은 다문화가정의 새 보금자리를 설 이전에 완공하기 위해 자신의 명절 준비는 뒷전으로 미루고 19일 동안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10월 30일 보성군 벌교읍 이 씨의 집에 불이 났다. 이 씨는 집 근처 하우스 2개 동(1322m²·약 400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일본 출신 부인(46)은 자립지원센터에서 부정기적으로 일본어를 강의하고 있다. 이렇게 둘이 벌어도 수입이 적어 기초수급가정으로 지정됐다. 덕분에 매달 100만 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초중학생 자녀 4명을 키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나마 화재로 이 씨 가족 6명의 소중한 삶의 공간은 모두 사라졌다. 가족들은 주위의 도움으로 옆 동네 마을회관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동네 노인들이 불에 타지 않은 5m²(약 1.5평) 창고를 방으로 개조해 줬다. 하지만 좁은 탓에 가족 6명이 함께 잠을 자지 못하고 자녀 4명은 친척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씨 가정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새 보금자리 조성을 위한 성금 모금에 나섰다. 어린이재단 전남후원회, 커피전문점 베니샤프, 전남소방본부, 보성아산병원, 이랜드 복지재단 등에서 후원금을 지원했다.

이 씨의 자녀 3명이 다니는 벌교중앙초등학교 학생들도 성금을 모았다.

각계에서 모은 4500만 원(재능기부 포함)으로 지난달 19일 이 씨의 새 보금자리 공사가 시작됐다. 60m²(약 20평) 크기의 2층 다락방이 있는 새 보금자리를 완공하는 데는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등은 설 이전에 새 보금자리를 지어 가족이 함께 행복한 명절을 맞게 해주고 싶었다. 건축설계사무소인 제이와이 아키텍츠 원유민 소장(33)을 비롯해 재능기부자 3명은 19일 동안 밤낮 없이 건축 작업에 매달렸다. 이들은 완공 직전 3일간은 아예 밤을 새우며 작업했다.

이 씨 가족에게 따뜻한 설을 맞이하게 하려는 많은 사람의 정성은 헛되지 않아 7일 이 씨의 새 보금자리가 완공됐다. 완공 행사에서는 새 보금자리 마련을 축하하는 사물놀이도 열렸다. 보성군은 100만 원 상당의 컴퓨터를 기증했다. 장근태 어린이재단 전라남도후원회장은 완공식에서 “각계의 후원에 감사하며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족은 화마로 삶의 공간을 잃은 지 100일 만에 새 보금자리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 씨는 11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다문화가정#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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