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제트기류…다시 찾아온 ‘북극 한파’

  • 동아일보

찬 공기 한반도로 끌어내려…북극 고온현상이 원인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져 이번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려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주춤한 강추위가 다시 찾아온 이유에 대해 북반구의 기압 배치가 한기를 우리나라로 끌어내리는 데 좋은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17도, 문산·철원 영하 22도, 춘천·충주 영하 19도 등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경우 영하 16.4도로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달 3일보다 더 강력한 한파가 몰려올 전망이다.

이번 추위의 직접적 원인은 시베리아에 중심을 둔 대륙고기압이 한반도를 향해 강하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륙고기압은 겨울철 내내 주기적으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지만 전날 오후부터 우리나라에 유달리 강하게 찬 공기를 내뿜고 있다. 북극 둘레를 시계 방향으로 강하게 불면서 한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힘을 잃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도 9㎞ 부근의 이날 일기도를 보면 제트기류가 몽골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대각선으로 구부러져 흐르고 있다. 불과 이틀 전인 5일까지만 해도 제트기류는 만주 지방을 가로지르며 찬 공기를 막아줬다.

제트기류의 속도가 느려지고 우리나라 쪽으로 굽어 불면서 시베리아 지역의 찬 공기가 그만큼 내려온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만큼이나 추워졌다.

5일 오전 9시 서울의 기온은 영하 2.3도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영하 14.4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기온은 각각 영하 12.4도, 영하 14.5도로 엇비슷했다. 평양은 영하 14.8도로 연해주보다 더 추웠다.

제트기류가 약해진 원인으로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북극의 고온 현상이 지목된다.

북극의 기온이 높아지면 중위도 지역과 기압 차이가 줄어 제트기류 역시 그만큼 약해진다.

우리나라의 혹한은 우랄산맥 근처에 키가 큰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북극의 한기가 시베리아 고기압에 공급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된 탓도 있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도 북극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해빙 역시 예년만큼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며 "북극의 고온 현상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는데다 우랄산맥 근처의 고기압이 강약을 반복하면서 한파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북반구의 대기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추위는 설 연휴 내내 이어지다 다음주 초·중반에나 풀릴 것으로 보인다.

장현식 기상청 통보관은 "제트기류가 우리나라로 한기를 끌어들이는 현상이 1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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