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는 어떻게 뽑나” 대학들도 눈치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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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5월 대전충남 지역 고2를 대상으로 새 시험 방식으로 모의평가를 한 차례 실시했다.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문제 유형별로 수험생의 성적분포가 어떻게 되는지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입학전형에 반영할 문제의 유형과 가산점을 법정시한에 맞춰 지난해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했다. 충분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세부적 전형방법을 정해야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느끼는 막막함은 동아일보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서울시내 대학 입학처장 12명 중 입시부담을 덜어주려는 ‘선택형 수능 도입 취지가 현장에 잘 반영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가 7명(58.3%), ‘잘 모르겠다’가 5명(25.0%)이었다. 기존 수능보다 선택형 수능이 더 적절하다고 답한 사람도 단 1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대구에 있는 A대 입학처장은 “대학도 눈치작전으로 입시를 치러야 한다. 수준이 비슷한 대학끼리 선택 유형과 가산점을 맞추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B대 입학처장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다. 당장 정시모집 비율을 줄이고 어려운 B형 중심으로 반영해야 하는지 등 정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마다 성적대가 비슷한 타 대학 동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라고 했다.

입학처장들은 수험생이 느끼는 불안감도 이해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자기 성적대에 맞춰 A 또는 B형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한 입학처장은 4명(33.3%)에 그쳤다. ‘대학이 발표한 A, B형 반영 방법을 수험생과 학부모가 잘 알고 있다’는 질문에도 3명(25.0%)만 ‘그렇다’고 답했다. 한 입학처장은 “선택형 수능이 입시계획을 짜는 데 엄청난 혼란을 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학 편에서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섣불리 방침을 확정짓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입학처장들은 ‘2014학년도에 예정대로 선택형 수능을 도입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5명(41.7%)은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 3명(25.0%)은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66.7%가 선택형 수능 시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수험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가원은 해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연도와 과목에 따라 난도가 오락가락해서 만점자가 당초 목표(1%)의 2배를 넘거나 절반에 미치는 못하는 일이 계속됐다. ‘물수능’ 또는 ‘불수능’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런 상황이니 A, B형의 난이도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입학처장들은 선택형 수능이 경제력과 정보력을 갖춘 중산층 가정 이상의 학생에게 유리해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경북지역 C대 입학처장은 “대학과 고교에서 제공하던 기존 입시정보가 무용지물이 됐다. 학생이 어느 유형을 선택할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든 상황 자체도 비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
#대입#입학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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