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준희 남매 “아빠 잘 가…좋은 곳에서 엄마 만나”

아버지 故조성민 입관식서 눈물어린 한마디

“죽기 이틀 전 애들이랑 스키장에 가고 싶다고 문자 하던 성민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니….”

7일 오후 조문을 마친 김모 씨(40·건축업)는 고 조성민 씨와 10년 지기다. 지난해 8월에는 조 씨의 가족과 휴가를 함께 보냈을 정도로 친하다. 김 씨는 “2일에 만났는데 이상 징후를 전혀 못 봤다”고 말했다.

조 씨는 배우 고 최진실 씨와 이혼한 뒤 1년이 지나지 않아 내연녀와 재혼했다는 이유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인들은 그에 대해 ‘자식만큼은 끔찍이 여겼던 아빠’로 기억했다. 최환희 군과 동생 최준희 양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에는 조 씨가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학부모 최모 씨(49)는 “조 씨가 아버지들끼리 하는 줄다리기와 달리기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최진실 씨의 절친한 친구였던 이영자 씨와 사이가 안 좋았지만 운동회에서 마주치더라도 마찰을 빚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했다고 한다.

조 씨는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아이들 생각에 “애들 피자라도 사다 줄까” 하고 말하는 ‘아빠’였다. 이날 빈소를 찾은 길모 씨(40)는 “만날 때마다 아이들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며 “성민이가 ‘아이들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바꿔주고 싶다’고 말하는 등 항상 무언가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자녀와의 만남이 뜸해진 것은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두산과 2군 재활코치 재계약에 실패한 즈음이다. 조 씨의 작은아버지는 “성민이가 아이들과 매주 교회에 나갈 만큼 자주 만났지만, 최근에는 거의 못 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매년 참석하던 학교 가을운동회도 지난해엔 나가지 않았다. 야구 관련 사업을 하는 이모 씨(45)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니 자식들을 마음 놓고 만났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이 씨는 여자친구 박모 씨가 잦은 다툼 끝에 이별을 통보한 이유도 조 씨의 ‘경제적 무능’ 탓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 술자리에서도 조 씨는 “돈이 없어 살아가기조차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아들 환희 군과 준희 양이 점퍼에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장례식장에 들어왔다. 남매는 입관식을 지켜보며 “아빠, 잘 가. 좋은 곳에서 엄마 만나”라고 마지막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부검 결과 자살로 결론 난 조 씨는 8일 화장 절차를 거쳐 경기 광주시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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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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