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홈쇼핑… 6곳중 4곳 납품비리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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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친구 계좌로 뒷돈 받고… 외제차 리스비 떠넘기고… 매출 1% 컨설팅비로 떼고…
■ 검찰, 27명 무더기 기소

#1. 국내 H홈쇼핑에 블랙박스 제품을 납품한 은모 씨(40)는 높은 판매 수수료 탓에 손해를 보자 상품기획자(MD) 박모 씨(37)에게 5600만 원을 뒷돈으로 건넸다. 은 씨는 단 1차례의 방송으로 손해를 만회하고 5200만 원의 수입을 거뒀다. 은 씨는 이후 다른 제품을 계속 판매해 2억8100만 원대의 수입을 챙겼다.

#2. K사 홍삼제품은 다른 상품을 제치고 황금시간대에 배정됐다. N홈쇼핑 MD 전모 씨(32·구속 기소)는 “홍삼제품 월 매출을 3억 원 이상 올려주겠다”라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전 씨는 그 대가로 1250만 원을 받았다.

국내 TV 홈쇼핑 업체 6곳 가운데 4곳의 관계자들이 높은 판매 수수료나 황금 시간대(통상 오전 8∼10시, 오후 9∼11시) 배정을 미끼로 거액을 챙겨 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 비리 백화점 뺨치는 ‘갑’의 횡포

MD 등 홈쇼핑 관계자들이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챙기는 방식은 자신들의 판매 제품만큼이나 다양했다. 이들은 뒷돈 거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동생 친구, 처형의 친구, 장인 회사의 직원 등의 ‘차명계좌’로 뒷돈을 챙겼다. 전 씨 등은 매달 200만 원에서 600만 원을 차명계좌로 받거나 별도로 판매 제품 매출액의 1∼4%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벤츠나 BMW 등 고급 외제차를 리스한 뒤 대금을 업체에 떠넘긴 사실도 적발됐다.

홈쇼핑 방송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납품업체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시세 차익을 챙기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봤다. 납품업체에 컨설팅을 해주는 것처럼 형식적인 계약서를 작성한 뒤 매출액 1%를 컨설팅비로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MD의 친인척을 납품업체 모니터링 요원으로 속인 뒤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기기도 했다.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 준 뒤 연 60%의 이자를 받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홈쇼핑 직원들이 납품업체 매출 신장에 기여했으니 돈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 군림하는 홈쇼핑…피해는 소비자가

TV 홈쇼핑 시스템은 1995년 도입돼 지난해 매출액이 5조47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검찰은 TV 홈쇼핑과 납품 업체 사이에 ‘갑’과 ‘을’ 관계가 설정되면서 ‘중소기업의 상생과 소비자 복지 증진’이라는 홈쇼핑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상품 개발과 방송시간 편성 권한을 가진 MD 등 홈쇼핑 관계자들이 중소기업에 군림하며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관행이 자라난 것. 심지어 방송에 필요한 영상물 제작 비용과 배송료 등 제반 비용 모두를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홈쇼핑 MD, 편성팀장, 마케팅본부장 등 직급에 따라 단계별로 로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박근범)는 홈쇼핑 업체 4곳의 MD, 편성팀장, 마케팅본부장, 방송본부장 등 관계자 7명을 적발해 전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MD 전 씨의 아버지(51) 등 식약청 공무원 3명도 기소했다.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납품업체 관계자 17명도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뒷돈이 오가면 그에 따라 상품 가격도 상승해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만큼 수사를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채널A 영상] 檢, 홈쇼핑 업계 ‘뒷돈 비리’ 상품기획자 등 27명 기소


#홈쇼핑#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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