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 하면 영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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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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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산업 중심도시로 도약

김영석 영천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승마 동호인들이 15일 운주산 승마장 산책길인
외승로를 거닐고 있다. 경북 영천시 제공
김영석 영천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승마 동호인들이 15일 운주산 승마장 산책길인 외승로를 거닐고 있다. 경북 영천시 제공
경북 영천시가 말(馬) 산업 중심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제4경마공원 조성사업과 함께 다양한 말 산업 기반을 갖추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 요즘 영천은 농가마다 ‘말 한 마리 키우기’ 운동을 벌이는 등 도시 전체가 말 산업 육성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 말의 고장 영천

영천은 말의 역사가 깊은 도시다. 영천시 서북쪽에 자리 잡은 신녕면은 조선시대 지방역원의 중심인 장수역이 있던 곳. 인근 경주와 경산 울산 지역에 10여 개의 역을 거느리며 수십 마리의 말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으로 가던 조선통신사도 안동과 의성을 거쳐 장수역을 꼭 들렀다. 경상감사는 조선통신사를 위해 이곳에서 전별연(잔치)을 열기도 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영천은 한양으로 갈 때 휴식처였다. 말의 먹이를 주고 편자를 교체하는 ‘말죽거리’란 지명도 영천시장 인근에 남아 있다.

2009년 개장한 운주산 승마장(임고면)은 영천 말 역사를 잇고 있다. 실내승마장과 실외승마장, 마사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로 연간 1만2000여 명이 찾을 만큼 반응이 좋다. 말 50여 마리로 운영되는 이곳은 일반인 누구나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웅규 승마장 교관(36)은 “승마는 말과 같이 호흡하며 움직일 때마다 상하 좌우 반동이 사람에게 전달돼 뼈의 균형을 잡아주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영천에는 말이 10마리 이상인 승마장만 5곳이 있다. 말 산업 전문가 양성과 승마 선수 육성, 재활 승마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천시는 지난해 6월 어린이와 주부, 공무원, 경찰관 등 114명으로 구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 승마단을 창단했다. 각종 축제와 행사 때 영천을 홍보하는 기마단으로 활동 중이다. 영천중앙초교 4, 5학년 10여 명으로 구성된 유소년 승마단은 평보와 속보, 구보까지 어른 못지않게 말을 자유자재로 탈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운주산 승마장과 가까운 임고중 학생 25명이 교육을 마친 후 틈틈이 말고삐를 잡고 승마 실력을 키운다. 김중하 영천시 문화공보관광과장은 “시민들의 승마 열기가 경마공원 유치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말 산업 1번지의 꿈

최근 사업이 확정된 영천경마공원(금호읍 성천리)은 148만 m²(약 44만8000평) 터에 조성 중이다. 2016년 개장이 목표. 면적은 서울경마공원 115만 m²(약 35만 평), 부산경남경마공원 125만 m²(약 38만 평), 제주경마공원 72만 m²(약 22만 평) 등 기존 3개 경마공원보다 넓다. 마권 구매한도를 정한 전자카드제와 도박치유재활센터를 운영해 사행성이란 경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고 특색 있는 수변테마파크를 만들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제대회가 가능한 1900m의 잔디경기장도 처음 만들어져 세계승마대회 유치에도 도전한다. 황석곤 영천시 경마공원추진단장은 “말이 지역경제와 관광활성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마장 넘어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김영석 영천시장 ▼

“영천이 이제 국제적인 말 산업 도시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김영석 영천시장(61·사진)은 요즘 머릿속에 온통 ‘말’ 생각뿐이다. 경마공원 조성사업이 확정됐지만 그 안에 뭘 담을지 늘 고민이라는 것. 시청사 그의 사무실엔 크고 작은 말 인형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한시라도 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겠다는 취지다. 김 시장은 “경마장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품공원을 만들고 싶다”며 “경북도 및 한국마사회와도 구체적인 내용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국 유명 가족테마공원과 해외 경마장 등도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가족 모두가 즐기는 동물원도 함께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는 그동안 말 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일반승마와 재활승마, 전문인력 교육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도 말을 잘 이해하기 위해 승마를 배운다. 도시 전체가 말로 들썩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경마를 즐기며 지역 역사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영천을 말 산업 특구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영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영천#말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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