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서 한 해 신생아 1만6000명 태어나는데… 분만 가능한 병원 16곳밖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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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시군만 분만실 운영… 그나마 인력난-적자 시달려

전남 완도군은 유인도 55개 등 섬이 많은 곳이다. 주민 수는 11월 말 기준 5만3832명이며 올해 신생아가 428명 태어났다. 완도에서는 D종합병원이 유일하게 산부인과 진료와 분만을 하고 있다. 전남지역 30% 시군에서 산부인과 진료와 분만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완도는 어떻게 산부인과를 운영할까?

완도 D종합병원 전모 원장(57)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24시간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운영하려면 한 달에 임산부 30명 이상이 있어야 한다. 전 원장은 “최근 3일 동안 응급처치가 필요한 임산부 2명을 수술했다”며 “사실상 적자를 내고 있는 산부인과를 사명감 때문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 해만 응급 상황 임산부 10명을 수술했다. 환자침대가 120개인 D종합병원은 산부인과 적자를 다른 과의 흑자로 충당한다.

전 원장은 “산부인과에서 흑자가 생겨야 재투자를 하고 신생아실 운영을 위한 소아과 의사도 채용할 수 있다”며 “농어촌 의료 서비스는 적자로 인해 재투자 부실과 의료인력 확보 어려움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든 지 오래”라고 말했다. D종합병원은 적자가 나는 산부인과를 폐쇄하고 그나마 운영이 가능한 노인요양병원 신설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도는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이다. 전남에서 산부인과 진료와 분만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곳은 담양 곡성 구례 보성 영암 함평 진도 신안 등 8개 군이나 된다. 2010년 6곳에서 2곳이 늘었다. 분만은 안 되고 진료만 하는 지역은 나주시, 고흥 화순 장흥 무안 영광 장성군 등 7개 시군이다. 진료, 분만이 모두 가능한 지역은 목포 여수 순천 광양시, 해남 강진 완도군 등 7개 시군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강진의료원에 임산부의 진료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운영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남에서 산부인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 41곳, 분만이 가능한 병원은 16곳이다. 전남지역 한 해 신생아가 1만6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분만 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산부인과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그 여파는 고스란히 대학병원으로 미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산부인과 등 일부 비인기 과목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기존 인력의 근무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전공의가 사표를 낸 조선대병원 산부인과의 경우 기존 6명이던 전공의가 출산휴가와 전문의 시험으로 빠지면서 3명으로 줄었다. 비뇨기과의 상황도 비슷해 각종 진료나 수술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 인원이 줄면서 기존 멤버의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 전남대병원도 비인기 과목에 전공의를 제대로 수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도의사회 관계자는 “외과 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산부인과는 자연분만 사고도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해 기피현상이 더 심하다”며 “임산부 진료 분만은 농어촌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완도군#유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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