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대신 이념色 짙어진 서울교육감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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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이념 대결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19일 함께 치르는 대통령 선거에 묻혀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에서다.

여기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각각 우파와 좌파의 유력 후보를 직간접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는 등 막판 세몰이가 치열해졌다.

○ 우파는 이념 편향적 자료를 문제 삼아

우파의 단일주자인 문용린 후보는 좌파의 이수호 후보가 전교조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미 친북 성향에 가까운 전교조에 서울 학생과 학부모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

문 후보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패로 구속된 곽노현 교육정책을 심판하고 이수호 후보를 앞세운 전교조의 학교 장악 음모를 막아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앞서 6일 TV토론회에서는 이 후보의 전교조 활동 이력을 공격했다.

이 후보가 ‘선생님 교육감 후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3년간 국어 교사로 재직했다”고 말한 부분도 비판한다.

문 후보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3년에는 길거리 경력이나 전교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일한 기간이 다 포함됐다. 실제로 분필을 든 기간은 얼마 안 되는데 33년이라고 말하면 현장 선생님들을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1974년 11월 경북 제동중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신일중과 신일고에서 근무하다가 전교조 결성을 주도해 1989년 해직됐다. 이후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복직해 1998년 9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선린인터넷고에서 일했다.

문 후보가 ‘길거리 경력’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이 후보가 해직됐던 10여 년. 또 전교조 위원장(2001∼2002년)과 민주노총 위원장(2004∼2005년)을 지낸 기간은 교사로 일했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

한국교총이 발간하는 ‘한국교육신문’은 이 후보가 전교조 위원장 시절 발행한 통일교육 지침서를 예로 들며 그의 편향된 시각을 비판했다. 전교조가 2001년 초중고교에 배포하고 판매한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라는 책에는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6·25전쟁은 미군의 공격으로 진영 전쟁으로 발전했다 △북파, 남파 공작원은 자기 조국을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 이 책자는 학생의 과제 수행을 위한 안내 자료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간단체’라며 국가보안법반대국민연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한국진보연대의 전신) 같은 반미 좌파 단체를 소개했다.

○ 좌파는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

민주노총은 10일 모든 가맹·산하조직에 ‘이수호 지원 관련 긴급지침’을 내렸다. 조합원들에게 이 후보를 기관지 소식지 대자보 문자 e메일 카카오톡으로 홍보하도록 하라는 내용. 홈페이지에는 배너를 달거나 홍보글을 게재하고, 투표참여 운동도 벌이게 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단체가 아니니 이런 방식의 선거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산하조직인 전교조 조합원(교원)에게도 홍보에 참여하도록 권유할 수 있지만 교원들이 이 글을 다른 교원에게 전달하거나 직접 홍보하면 문제가 된다.

이 후보 측은 색깔공세라며 반박했다. 손승환 부대변인은 “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밀리니까 보수단체 지지를 받으려고 갑자기 색깔론으로 몰고 간다. 문 후보는 2000년 전교조 창립기념식에 와서는 ‘전교조가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교직 경력이 과장됐다는 지적에 대해 “해직돼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교육현장을 떠나진 않았다. 분필을 들지 않았어도 교원단체와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하며 학생들과 계속 만났다”고 했다.

또 통일교육 지침서와 관련해서는 “책의 목적은 북한이 옳고 남한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통일교육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실시돼야 한다. 몇 가지 단어를 갖고 전체를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 측은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의 만남을 성사시키려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진보 좌파 진영의 단일후보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14일 홍성교도소에 가서 ‘나는 꼼수다’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을 면회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8일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유세장에 나와 인사를 나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감선거#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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