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탁환 작가는 ‘열하일기’에서 마술을 설명한 부분에 대해 이렇게 감탄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대전 중구 삼성생명 빌딩 6층에서 열린 ‘열하일기 북 토크쇼’에서다. 이날 토크쇼는 대전시를 비롯한 공공도서관 22곳이 참여하는 ‘희망의 책 대전본부’와 작가초청 행사를 정기적으로 여는 계룡문고 주최로 열렸다. 토크쇼 진행자로 ‘불멸의 이순신’을 지은 김 작가와 ‘열하일기’ 번역자인 영남대 김혈조 교수를 초청했다. 100여 명이 빼곡히 객석을 메운 가운데 김 작가와 김 교수, 관람객이 서로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열하일기는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를 다녀온 뒤 쓴 기행문이다. 마술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이어졌다. 김 교수는 “연암은 마술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힘든 마당에 네 글자씩으로 자구를 맞춰 표현했다”며 “그처럼 관찰력이 뛰어나고 글 솜씨가 뛰어나니 열하일기는 시중에 나오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국왕인 정조도 읽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작가는 “그 마술을 묘사한 대목을 전문 마술사에게 보여줬더니 ‘(너무 묘사가 정확해) 어떤 마술인지 알겠고 꽤 많은 부분을 재현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떤 마술사가 쓸 글이냐’고 되물었다”며 “그 마술 대목에서 힌트를 얻어 ‘조선 마술사’라는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해 탈고를 앞둔 상태”라고 전했다. 김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이는 방식인 팩션(Faction·fact와 fiction의 합성어) 장르의 대표자다.
김 작가는 “혜초가 여행했던 실크로드를 따라 답사한 뒤 소설과 답사기를 쓰겠다고 출판사에 약속했는데 소설은 썼지만 답사기는 아직 내지 못했다. 답사기가 쉽지 않던데 연암만의 노하우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연암은 호기심이 강해 답삿길에 상가(喪家)에도 가보고 새벽부터 술집을 누비면서 대화와 필담으로 기록했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으면 비석의 글도 모두 필사했다”며 “귀국한 뒤 이렇게 모은 막대한 분량의 메모를 토대로 10년에 걸쳐 정리한 끝에 열하일기를 탄생시켰다”고 대답했다.
당시 중국에 대한 연암의 태도를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연암은 당시 청나라를 여진족의 나라라고 멸시하거나 우리말을 버리고 중국말을 써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양 극단의 조선 학자들 사이에서 숭배하지 않되 좋은 점을 취하자는 실용적 중도적 태도를 강조했고 실천했다”며 “이런 태도는 오늘날 대미관계나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접근할 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의 책 대전본부는 초중고교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14일까지 열하일기 등 책 11권에 대한 인문고전 독후감을 공모 중이다. 042-585-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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