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밝아지니 대졸 안부러워… 대명장 칭호 받는게 꿈”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제1호 기업대학 ‘LG전자 기업대학’ 교육현장 가보니

제1호 기업대학인 LG전자 기업대학의 디지털가전서비스학과 학생들이 전자동 세탁기 제품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LG전자 제공
제1호 기업대학인 LG전자 기업대학의 디지털가전서비스학과 학생들이 전자동 세탁기 제품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LG전자 제공
22일 경기 평택시 LG전자 디지털파크 러닝센터. 드럼세탁기 부품들이 떨어져 나가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교실 안을 메웠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세탁기를 ‘해부’하며 내부 구조를 익히려는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9일 문을 연 LG전자 기업대학의 첫 번째 수강생들은 비디오카메라로 세탁기 분해 과정을 녹화하느라 바빴다. LG전자 협력업체인 글로벌전자 취업 예정자인 조항현 씨(23)는 “오후에 수업을 마친 뒤에도 녹화테이프를 보며 더 공부할 계획”이라며 “10년 뒤 LG전자에서 전문분야 장인에게 주는 ‘대명장(大名匠)’ 칭호를 받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LG전자 기업대학은 ‘열린 고용’을 지향하는 고용노동부가 업무와 학습을 병행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대학을 지원하기로 한 뒤 설립된 첫 사례다.

디지털가전서비스학과와 휴대폰서비스학과 등 열린고용학부는 LG전자 및 협력사 취업 예정자들을 가르친다. 이곳 평택캠퍼스 42명을 포함해 전국 6개 LG전자 사업장에서 200여 명이 교육받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3월에는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생협력학부 4개 학과와 스킬업학부 8개 학과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 “대충 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

수강생들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주 5일 동안 하루 8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LG전자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고객응대 예절부터 전기전자, 김치냉장고, 안마의자, 휴대전화 등 다양한 과목의 이론과 실기를 가르친다.

역시 글로벌전자 취업 예정자인 전병준 씨(23·휴대폰서비스학과)는 “일반 대학처럼 수시로 평가하고 시험을 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대학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수강생들은 교육을 받으며 자존감도 함께 키우고 있다. 이들은 “적당히 가르치고 배우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조금은 했었지만 이론과 실기, 교양을 겸비한 진짜 기술자를 양성하는 곳”이라며 “이제 일을 시작하면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LG맨 키워내는 인재양성소로 육성”

학위를 인정하기 때문에 설립과 운영이 까다로운 사내대학과 달리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자사(自社)에 필요한 커리큘럼을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어 기업으로서도 기업대학이 매우 유용하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 기업대학 학장인 하용호 HR부문 인재육성담당 상무는 “과목을 다양화하고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교육의 질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LG전자 기업대학은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LG맨’을 키워내는 인재양성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인력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협력사와 관계사들도 기업대학을 반기는 분위기다. LG전자 협력사인 글로벌전자 정종호 대표는 “이론부터 전자제품들을 직접 분해·조립하는 실기 및 서비스교육까지 LG전자에서 지원해주니 크게 도움이 된다”며 “기업대학 출신들이 현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강생들은 내년 2월 14일 졸업식을 갖고 각자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한다. 하지만 교육은 끝이 아니다. 3월에 한 달, 8월부터 두 달간 추가 교육이 이어진다. LG전자 측은 “휴대전화, 전자기기 관련 수업 외에 내년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인문학, 컴퓨터, 심리학 등도 가르치기로 한 만큼 폭넓고 깊이 있는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택=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LG전자#기업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