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회갑 맞은 교수님의 특별한 제자사랑

  • 동아일보

잔치 대신 장애인 제자에 전동휠체어 선물… 영남대 박기용 교수

최근 제자 신근섭 씨에게 휠체어를 선물한 박기용 교수(오른쪽)가 신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신 씨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1급 장애인이 됐다. 영남대 제공
최근 제자 신근섭 씨에게 휠체어를 선물한 박기용 교수(오른쪽)가 신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신 씨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1급 장애인이 됐다. 영남대 제공
“하루빨리 장애를 이기고 공부하는 모습이 제일 좋은 선물이죠.”

영남대 사범대 특수체육교육과 박기용 교수(60)는 22일 “제자의 밝은 모습을 보니 오히려 고마운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제자에게 최근 800만 원 상당의 전동휠체어를 선물했다. 회갑 잔치를 하려고 모아둔 돈에 동료 교수들이 조금씩 보태 구입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학생은 3학년 신근섭 씨(28). 2008년 2월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 복학 준비를 하던 중 교통사고로 어깨 밑으로 거의 전신이 마비되어 1급 장애인이 됐다. 4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올해 3월 복학했다. 신 씨가 학교로 돌아오기까지는 박 교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박 교수는 2010년 경북체육상 상금 100만 원도 치료를 받고 있던 신 씨 가족에게 건네고 위로했다.

신 씨의 지난 학기 성적은 4.0(만점 4.5)으로 상위권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뒤 모든 게 무너지는 절망에 빠졌지만 교수님의 따뜻한 격려로 용기가 조금씩 생겨났다”며 “장애인이 되어 보니 오히려 장애인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는 것 같아 실력 있는 특수교육 지도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신 씨를 도와주곤 하는 2학년 배성준 씨(22)는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형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배운다”고 말했다.

장애인 재활과 특수교육을 위한 박 교수의 애정과 활동은 남다르다. 장애인스포츠지도자 양성사업을 비롯해 휠체어농구단 창단, 정신지체인월드컵 국가대표 감독, 장애학생 스포츠캠프 등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고 봉사하고 희생하라’고 가르치면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제자를 격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내년에 졸업하면 장애인 교육을 위해 당당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영남대#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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