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쇠고기 훔친 60대女 협박, 800만원 뜯어낸 경찰-보안요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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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안모 씨(61·여)는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3만 원 상당의 쇠고기를 훔치다 보안업체 용역 직원에게 적발됐다. 안 씨는 함께 있던 손녀는 집에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지만 보안요원은 이들을 2시간가량 데리고 있으며 “경찰에 넘기겠다”고 겁을 줬다.

실제로 인천 남동경찰서 이모 경장이 보안팀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안 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했다. 일주일이 지난 뒤 이 경장은 안 씨의 아들에게 전화해 “오늘이 지나면 어머니가 구속되니 합의하는 게 좋다”며 압박했다.

이 경장은 ‘전문가’라며 동료 유모 경장(34)을 안 씨 아들에게 소개했다. 유 경장은 “대형마트 서울 본사 측 합의금 500만 원과 인천 지점 측 합의금 500만 원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간신히 800만 원을 마련한 안 씨 아들은 유 경장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아가 보안요원에게 500만 원을 건넸다. 안 씨 아들은 나머지 300만 원은 유 경장에게 건넸다.

유 경장 일당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1월에는 고기 49만 원어치를 훔치던 유모 씨를 적발해 350만 원을 뜯어냈다. 올 2월에는 건포도 1만3000원어치를 훔치던 장모 씨에게 100만 원을 요구했다.

보안업체와 경찰의 유착은 ‘절도사건을 먼저 말해주면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경찰 제의로 시작됐다. 경찰은 사건 처리실적을 높이면서 쌈짓돈까지 챙길 수 있어 좋았고, 보안업체도 손쉽게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어 손해 볼 일 없는 장사였던 셈이다.

그러나 유 경장 일당의 행각은 대형마트 보안요원이 경찰과 짜고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첩보가 경찰에 입수되면서 끝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형택)는 9일 유 경장을 공동공갈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절도#보안업체#경찰#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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