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복지’의 역설… 1169억짜리 ‘토요학교’ 참여율 10%대

  • 동아일보

■ 무상 교육복지 3대 프로그램 예산낭비 실태

1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A초등학교의 돌봄교실. 학생 4명이 앉아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2명이 들어왔다. 10분 뒤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간식으로 받은 빵과 우유를 먹는 학생은 없었다. 이날 아침 A초교의 돌봄교실을 이용한 학생은 전교생의 0.32%였다.

“매일 간식비 1만 원에 교사 인건비 2만 원이 들어가지만 이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이걸 왜 운영하나 싶다. 예산 낭비가 아닌가.” A초교 교사의 말이다.

○ 0.32%만 오는 돌봄교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부모를 위한 복지 정책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1700개교에 돌봄교실당 연간 최대 5000만 원씩 모두 700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돌봄교실 이용 학생은 3만1859명으로 전체 초등학생의 1.07%에 불과했다.

A초교 관계자는 “강남지역은 도우미가 있어 아침 돌봄교실 이용자가 거의 없다. 교육청에 야간 돌봄교실도 시행 중이라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오후 6시면 집에 간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B초교 관계자도 “5, 6명(전교생의 0.81%)만 아침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학교보안관이 오전 7시 반부터 있어서 바로 교실로 가도 되는데 인건비가 아깝다”고 했다.

전교생의 0.41%만 아침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서울 중랑구 C초교 관계자는 “수요조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에만 열어야 하는데, 학교장경영능력평가에 반영되니 무조건 운영하려는 학교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공짜라 안 오는 토요프로그램

예산이 샌다는 지적은 토요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5일제 수업이 전면 도입되면서 교과부는 토요프로그램 운영비로 1169억 원을 지원했다. 학생이 특기적성이나 문예체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돕는 예산이다.

서울 서초구 D중에서 운영되는 통기타반의 신청자는 21명이지만 매주 토요일 나오는 학생은 3, 4명에 불과하다. 학교 관계자는 “공짜니까 빠져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사비와 전기료가 아까워 없앨까 했는데, 그러면 학부모들이 항의한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걸로 생각하면서 소중한 건 모른다”고 꼬집었다.

교과부에 따르면 토요프로그램 참여율은 3월 첫째 주 8.8%, 둘째 주 13.4%, 셋째 주 18.4%였다.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전체(1만1249개교)의 89.2%. 하지만 이용 학생은 극히 적다. 특히 서울은 전체 학교의 94.9%가 토요프로그램을 열지만 참여율은 7.6%다. 서울 강동구 E초교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인 평일 방과후학교는 참여율이 높다. 하지만 토요프로그램은 반대로 결석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창피할까봐 기피하는 저소득층 지원제도

취약계층의 교육 문화 복지를 통합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교육복지우선지원 예산도 같은 처지다. 올해 저소득층 학생이 많은 학교 1804곳에 총 1600억 원을 지원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예산이 남았다.

서울 F중은 지원받은 예산 4480만 원 중 2000만 원이 남았다. 최근 영화 관람을 실시했지만 참여 학생은 9명에 불과했다. 당초 참가 목표였던 70여 명에 크게 부족했다. 학교 관계자는 “자기가 저소득층이라고 낙인 찍힐까봐 학생들이 참여를 잘 안 한다. 먹고 마시는 데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 G고교 관계자는 “학생이 안 오니까 참석 인원을 부풀리기도 한다. 학교장경영능력평가와 승진 가산점에 반영되니까 기를 쓰고 사업을 따 내긴 하는데, 솔직히 눈먼 돈이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H중 행정실장의 지적은 핵심을 찌른다. “지역별 계층별 차이를 고려해 차등 지원해야지, 무조건 주면 참여율이 떨어지고 예산만 낭비된다. 차라리 그 돈을 경상비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전기료가 올라 난방비가 걱정인데….”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토요학교#무상 교육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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